
전남광주 새별초등학교 학생들은 아침에 등교하면 전원을 끈 스마트폰을 교실 보관함에 넣는다. 일과 중에는 보관함을 잠가두고, 종례가 끝난 뒤 스마트폰을 돌려받는다.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줄넘기나 묵찌빠, 눈치게임 같은 놀이를 한다.
새별초가 이런 ‘스마트폰 프리 스쿨’ 정책을 시행한 것은 지난해 2학기부터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한 학기에 걸쳐 교사·학생·학부모가 논의를 거친 뒤 학칙 제·개정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했다. 투표에서 학생 72%, 교사 97%, 학부모 98%가 찬성했다.
정책을 제안한 구제원 새별초 생활인성부장 교사는 19일 한겨레에 “수업이 끝난 뒤에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 몇시간째 게임을 하던 학생을 보면서 중독의 심각성을 실감했다”며 “정치권의 정책을 기다리기보단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 교사는 지난해 1학기 교직원 회의에서 ‘스마트폰 프리 스쿨’ 구상을 제안했다. 인권 침해 소지, 분실·파손 시 책임 문제, 학생·학부모 설득 부담 등의 우려가 나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24년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학칙에 따른 휴대전화 수거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을 변경한 사례,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보상 제도를 설명하며 교사들을 설득했다.
학생들을 상대로는 규제 필요성을 함께 논의하는 ‘성찰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관련한 경험을 나누도록 했다 “엄마가 내 얘기를 안 듣고 스마트폰만 해 서운했다” “친구들이 다 스마트폰을 하니까 나도 하게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사들은 스마트폰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여럿이 함께할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줄이기 쉽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대신 친구들과 놀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학생들은 이후 글쓰기와 포스터 제작으로 캠페인을 이어갔고, 전교학생회의에서 스마트폰 분리 보관 안건이 통과됐다.
학생들은 스마트폰 프리 스쿨 정책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새별초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정책 시행이 수업 집중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84%였다. 학교폭력 신고 건수도 시행 전 3년간 연평균 9건에서 시행 뒤 6건으로 줄었고,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사이버폭력 신고는 없었다. 구 교사는 “폰 프리 스쿨 정책 시행의 핵심은 학생을 주체로 세우는 것”이라며 “청소년을 변화시킬 열쇠는 또래 문화에 있고,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어른들의 변화 없이는 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했다. 새별초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자에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보드게임이나 산책을 하는 ‘스마트폰 금욕상자’ 캠페인도 운영했다. 구 교사는 “학교 안의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자는 사회 캠페인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