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주택 기준 온라인 투표 부친 정부…의견 수렴이냐, 포퓰리즘이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최근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등에서 댓글과 투표를 활용한 즉석 의견 조사를 진행하자, 여론 수렴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인데, 자칫 여론이 왜곡되거나 ‘포퓰리즘 행정’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튜브 댓글 투표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초고가 주택에 차별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1번, 그렇지 않다면 2번을 눌러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 찬성 의견이 약 90%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대체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1주택자 가운데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그 대상이 될 ‘초고가 주택’ 기준도 물었고, 30억원이라는 답이 많다는 보고를 받자 “너무 가혹한데”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정부 업무보고 도중에도 유튜브로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접근 제한(만 14살 미만 가입 제한 등)’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직후 23일 대통령 주재로 열릴 부동산 대토론회에 앞서 누리집(부동산토론회.kr)에서도 관련 투표를 진행 중이다. 실거주 1주택자여도 초고가 주택에 대해선 보유세 부담을 높여야 할지, 초고가 주택 기준은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등 질문 4개를 배치하고 투표를 받고 있다. 특히 납세자는 세금을 덜 내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 ‘세금 투표’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국무회의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들이 국민 전체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투표 결과와 동떨어진 결정을 하면 ‘왜 의견을 받았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같은 결론이 나면 투표대로 결정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넘었는데 주거복지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것도 부적절하다. 정부 입장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호림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첨예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최대한 국민 의견을 듣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투표는 참고하기 위한 자료”라며 “투표 1위대로 초고가 주택 기준 등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대토론회 투표 내역 갈무리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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