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동해 연금 의무가입 높이고 소득 보정 장치 도입해야"

국민연금 공백 메우는 제도 조화 시급…임금피크제 대비한 생애 평균소득 보완 필요

60세 정년 이후 고용연장 추진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한국의 고용연장 논의가 단순한 취업 기간 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연금제도와의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년 상향 스케줄에 맞춰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을 함께 높이는 패키지 정책을 도입하고, 임금 하락에 따른 연금액 감소를 막는 취약계층 이중 안전망을 선제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9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고용연장 시대의 국민연금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연구원 김혜진·최옥금·유희원·김성희·김가람·김아람)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이 급감하는 위기 속에서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이 맞물리지 않아 고령층의 노후 소득 보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과 달리 연금 지급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상향되면서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고령 근로자가 정년퇴직 이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구조적 빈곤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 의무가입연령 상향으로 구조적 모순 해결해야

보고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과 연금제도 간의 유기적 연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만 60세부터 64세까지의 고령 근로자가 법적으로 근로자 신분을 유지하며 소득 활동에 종사하더라도 현행 제도에서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 상향 스케줄과 연동해 의무가입연령을 조정하는 정책 패키지가 마련돼야 정상적인 제도의 정합성이 확보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용연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금 하락에 대응한 이중 안전망 설계가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정년연장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재고용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연장된 가입 기간의 임금 저하가 가입자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월액(B값)을 떨어뜨려 최종 연금 수급액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사례 참고한 안전망 도입 제언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보고서는 미국 사회보장연금처럼 생애 가입 기간 중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을 포함해 소득이 가장 낮은 일정 기간을 연금 산정 과정에서 제외하는 소득 보정 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재고용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분연금 제도를 활성화해 점진적 은퇴를 유도하는 급여제도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와 안전망을 가동하고 있다. 덴마크는 2025년 법 개정으로 오는 2040년부터 정년을 70세로 높이기로 확정하는 한편, 오랜 기간 근속한 육체노동자 등이 정년 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기퇴직연금과 노동능력 저하자를 위한 노령연금을 병렬로 운영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있다. 독일 역시 정년을 67세로 상향하면서 연금과 근로 병행을 허용하는 플렉시-렌테(Flexi-Rente) 제도를 도입했고, 2021년에는 기초연금을 신설해 저소득 고령층의 연금액을 보정하는 안전판을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65세 계속고용을 의무화하고 임금 하락을 완충하는 고용계속급부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며 연금 수급 연기 시 월 0.7%의 가산을 제공해 오래 일할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를 굳혔다. 싱가포르 또한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퇴직연금 수령 절차의 간소화와 자발적 기여 확대를 도모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고용연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정책에 그쳐서는 안 되며,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제도 확대와 가입상한연령 조정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제도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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