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미의 머릿속 세포들이 이번에는 무대 위로 나온다. 이동건 작가의 네이버웹툰 원작 ‘유미의 세포들’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8월23일까지). 2015년 연재를 시작해 2020년 11월 완결된 웹툰이 게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뮤지컬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웹툰·웹소설 아이피(IP)가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공연계의 핵심 원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공연은 유미가 아닌 세포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전지적 세포 시점’을 내세운다.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 ‘견습 세포 109’도 등장한다. 유미 역은 티파니 영과 김예원, 109 역은 최재림과 정택운, 프라임 세포 ‘사랑’ 역은 김소향과 유리아가 맡는다.

지난 10일 제작발표회에서 양정웅 연출은 “웹툰으로도 드라마로도 훌륭하고 재밌는 원작이기 때문에 뮤지컬로 선보인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음악과 춤, 무대의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판타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유미 역의 티파니 영도 “웹툰과 드라마의 유미를 도면으로 삼되, 음악과 가사 안에서 무대 위 유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유미의 세포들’이 뮤지컬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누구나 겪는 일상과 연애의 감정을 ‘머릿속 세포들의 활약’이라는 웹툰 특유의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시각화했기 때문에 포맷이 바뀌어도 원작 고유의 매력이 변치 않고 살아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웹툰 원작 뮤지컬은 더는 낯선 실험이 아니다. ‘신과 함께’ ‘무한동력’ ‘찌질의 역사’ ‘룰렛’ ‘선천적 얼간이들’ ‘집이 없어’ ‘1초’ ‘유미의 세포들’ ‘지금 우리 학교는’(이상 네이버웹툰), ‘위대한 캣츠비’ ‘도로시밴드’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토록 보통의’ ‘나빌레라’ ‘면면면’ ‘미생’ ‘이태원 클라쓰’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이상 카카오웹툰) 등이 뮤지컬로 무대화됐거나 제작을 앞두고 있다.
초기 사례로는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가 꼽힌다. 2007년 대학로 무대에 오르며 웹툰도 뮤지컬 원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는 저승 세계와 재판 구조를 무대적 판타지로 확장했다.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장수 뮤지컬이다. 2013년 영화 흥행에 이어 2016년 뮤지컬로 초연된 작품은 올해 10주년을 맞으며 웹툰 원작 공연의 생명력을 입증했다.
김풍·심윤수의 ‘찌질의 역사’는 청춘의 연애와 미성숙함을 무대로 옮겼고, 오민혁 작가의 단편 ‘룰렛’은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나빌레라’는 일흔여섯살 노인의 발레 도전기를 휴먼드라마로 풀어냈고, ‘면면면’은 라면 개발사를 모티브로 1960년대 가난과 싸우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주목받았다.

최근 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 무대와 대형 프로젝트다. ‘미생’과 ‘이태원 클라쓰’는 2025년 일본에서 뮤지컬로 공연됐다. 특히 ‘이태원 클라쓰’는 한국 드라마와 일본판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를 거쳐 뮤지컬로 이어지며 하나의 웹툰 아이피가 국가와 매체를 바꿔가며 재가공되는 사례가 됐다.
무대도 대형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과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는 엘지(LG)아트센터와 샤롯데씨어터 같은 대극장 개막을 목표로 현재 제작이 진행 중이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 핵심 팬덤이 검증된 원천 콘텐츠라는 점에서 제작사로서는 매력적인 출발점”이라며 “컷과 말풍선, 스크롤로 읽히던 정서를 노래와 배우의 몸, 무대 장치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