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PT 시연 다음날 뇌출혈 사망… 법원 "산재 아냐"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업무 프레젠테이션 시연 다음날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장기간 이어진 당뇨병과 고혈압, 흡연력 등 개인적 위험요인이 사망 원인인 뇌출혈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한모씨가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에서 지난 4월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한 중소기업에서 건설사업관리 용역, 감리업무 등을 수행하던 근로자였다. 그는 부산 천성항 남방파제 건설공사 건설사업관리 용역 수주를 위한 업무 PT 시연에 참여했다. 임원진 앞에서 발표를 하던 중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음 날 오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외상성 뇌출혈로 확인됐다.

A씨 배우자인 한씨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개인적인 소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한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한씨 측은 A씨가 사망 두 달 전 감리용역 유찰을 경험했고, 오래 전부터 대기근무가 이어지면서 임금도 삭감돼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망 전날 PT 시연 과정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극심해 급성 과로와 업무상 부담이 뇌출혈을 유발하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또 A씨에게 당뇨병 등 개인적 위험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에 겹쳐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 업무와 비외상성 뇌출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10년 이상 당뇨병 진료를 받았고 고혈압과 당뇨·흡연력이 확인된다"며 "업무상 스트레스나 부담보다는 장기간 지속된 당뇨병, 고혈압, 흡연 등 개인적 소인이 악화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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