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 PD에 예산권 준다더니…권한 범위 논란

DARPA식 혁신 R&D 내세웠지만 역할·권한 불투명

사업 조정·예산 반영 권한 놓고 과학기술계 의문

기념촬영하는 배경훈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5.27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과학기술 난제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범부처 프로젝트 'K-문샷'이 출범 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혁신형 연구개발(R&D)을 위해 민간 전문가에 대폭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운영 제도와 권한 범위, 선발 과정 등이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K-문샷 프로젝트를 이끌 12명의 PD는 우선 3년 임기로 운영된다.

K-문샷은 과학기술 분야에 AI를 도입해 연구생산성을 2030년까지 2배 높이고 2035년까지 국가 차원의 12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범부처 프로젝트다.

◇ PD가 예산 우선 배분한다더니…"부처에 의견 제시"

가장 큰 논란은 PD의 권한 범위다.

정부는 지난 2월 K-문샷을 소개하면서 민간 PD에 사업 조정과 신규 대형 R&D 기획을 맡기고 과제 통합·조정과 예산 우선 배분까지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혁신형 R&D를 내세울 때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PM 제도와 유사한 구조다.

DARPA의 PM은 통상 3~5년 임기의 전문가로 연구과제 기획부터 예산 집행, 사업 조정까지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며 성과가 낮은 과제를 중단시키는 결정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PD 선발 이후 과기정통부는 PD의 예산권에 대해 관련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D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성 높은 사업에 우선 예산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담당 과에서 이를 근거로 혁신본부에 예산 수요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PD가 K-문샷의 주요 과제를 기획·관리하더라도 타 부처 사업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타 부처 과제 사업에 대한 방향을 PD가 제시하면 이를 참고하는 구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2개 K-문샷 미션과 연계된 내년 주요 사업 예산 규모는 정부 요구안 기준 약 6천억원 수준이다.

K-문샷 협력기업 업무협약식
(서울=연합뉴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문샷 협력기업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PD 체계 마련 못 해 1년 임시직 우선 고용…이력 논란도

PD 운영 체계 역시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혁신도전형 R&D 책임자로 한국연구재단의 단장(PM) 제도를 활용해 왔는데, 임기가 2년에 불과하고 예산이나 사업 기획 권한도 제한적이란 지적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국가특임연구원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국가특임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인건비 규제에서 벗어나 석학이나 업계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는 제도다.

K-문샷이 과기출연연의 전략연구사업 상당수를 흡수할 전망인 만큼 NST 하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NST는 원래 연구직을 직접 둘 수 없어 관련 규정 정비가 뒤따라야 했다.

그 때문에 PD들은 우선 1년 임기의 비상근 전문위원으로 위촉됐으며 향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국가특임연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PD 소속도 각 미션에 따라 상근 및 비상근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로 지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발 과정에서도 일부 잡음이 나왔다.

일부 PD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이력 논란이 제기됐지만 과기정통부는 지원 서류 검토 결과 문제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또 별도 지원 자격을 두지 않은 선발 공고와 달리 정부 홍보 영상에는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이 지원 자격인 것으로 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홍보용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구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공고 전 영상을 만들어 정확한 정보가 담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PD는 NST 개방형 직위 채용 평가체계에 기반한 시스템을 통해 선발했으며 분야별로 많게는 4~5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문샷 협력기업 업무협약식
(서울=연합뉴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문샷 협력기업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3.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10년 프로젝트에 임기 3년…이해충돌 해소도 과제

프로젝트의 지속성 문제도 제기된다.

K-문샷은 2035년까지 추진되는 장기 프로젝트지만 이를 총괄하는 PD의 임기는 우선 3년이다.

과기정통부는 "PD 임기에 제한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연속성을 담보할 제도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이다.

향후 이해충돌 방지 장치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PD 상당수가 기존 소속을 유지한 채 활동할 수 있어 기업 등 자신이 속한 기관과 관련된 R&D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를 감안해 PD가 R&D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지원자가 많을 수 없었단 평가도 일각에서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내부 규정을 거의 다 만들었고 이에 맞게 신분 전환을 하면서 계약할 때 이해충돌 부분도 고려해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계에서는 K-문샷이 일부 제도적 미비점을 갖고 출발하더라도 결국 정부가 민간 전문가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최근 성명을 통해 "선진국은 물론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도 과학기술자에게 더 큰 결정권과 예산 운영권, 자원 배분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정부가 선언에 그치지 말고 K-문샷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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