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 위닝, 스윕.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프로야구 3연전인데요. 반면 패, 루징, 스윕패로 이어지는 연패 행렬은 그 고통이 상당하죠. 그런데 거짓(지) 같은 3연전이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야구는 질병이다” 위닝이 이어지더라도 실책과 볼넷, 밀어내기가 쏟아진 어이없는 패가 등장하면 격한 분노가 동반되는 것이 바로 야구인데요. 그런데 이 틈새 패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는 두 팀이 있습니다. 한팀은 무려 3연속 스윕패의 절망에, 한 팀은 두 자릿수 연패를 목전에 둔 공포에 떨고 있죠.
‘2026 신한 SOL KBO리그’ 5월의 끝이 그랬습니다. SSG 랜더스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2-6으로 패했는데요. 17일 LG 트윈스전부터 이어진 연패는 12경기로 늘어났죠.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까지 포함해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인데요. SSG는 5월 한 달 동안 5승1무20패에 그쳤고 이는 2025년 5월 키움의 22패에 이은 역대 월간 팀 최다 패배 2위 기록으로 남는 ‘굴욕’을 맞봤습니다.
같은 날 키움 히어로즈도 고척돔에서 kt 위즈에 1-5로 패했는데요. 키움의 연패는 8경기로 늘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SSG보다 작지만, 키움 역시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흐름이죠. 키움은 최근 몇 년 사이 리빌딩과 전력 이탈, 젊은 선수 중심 운영이 겹치며 하위권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한때 저비용 고효율과 육성의 상징으로 불렸던 팀은 이제 매 시즌 전력 유지와 성적 방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팀이 됐죠.

SSG의 12연패는 KBO 역대 최다 연패 기록 속 최상단은 아닌데요.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2020년 한화가 기록한 18연패죠. 그러나 구단 내부 역사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SSG는 이번 연패로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까지 포함한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썼죠. SSG는 31일 한화전에서 경기 중반까지 버텼지만 후반에 결국 무너졌는데요. 2-2로 맞선 7회말 결승점을 내줬고 8회말에는 추가 3실점하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SSG의 연패는 구단 바깥의 이슈와도 묘하게 겹쳤는데요. 모기업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의 18일 ‘탱크데이’ 논란으로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회장)가 직접 사과하는 등 그룹 안팎의 분위기가 어수선했죠. SSG의 연패도 같은 시기 길어졌는데요. 22일 KIA 타이거즈 원정 3연전을 앞두고 4연패였던 SSG는 광주에서 3연패를 당해 7연패가 됐고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패배로 9연패(3연전 첫 번째 경기 우천취소), 31일 한화전 패배로 12연패에 빠졌죠.
과거 구단 최다 연패 시즌을 보면 결말은 대체로 좋지 않은데요. 한화는 2020년 18연패를 기록했고 그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02년 16연패를 기록한 시즌 8개 팀 중 8위였고요. kt는 창단 첫해인 2015년 11연패를 겪고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NC 다이노스 또한 2024년 11연패까지 빠지며 창단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썼고 그 시즌을 최종 9위로 마쳤죠. 키움의 2025년 10연패도 최하위 시즌의 한 장면이었는데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KIA는 2010년 16연패를 하고도 최종 5위로 시즌을 마쳤는데요. 삼성도 2022년 13연패를 겪었지만 최종 순위는 7위였죠. 그러나 이런 예외가 연패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않습니다. SSG가 지금 서 있는 지점도 그런데요. 5월 말 8위라는 순위만 보면 아직 시즌은 남아 있지만, 12연패는 단순한 승차 이상의 기록이죠.

연패 반대편에는 연승이 있습니다. 같은 ‘연속 기록’이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정반대죠. 연승은 팀의 판단을 가볍게 만듭니다. 먼저 점수를 내줘도 뒤집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아나죠. 접전에서 불펜을 올릴 때도 확신이 붙고 타자들의 마지막 공격까지 희망이 가득한데요. 감독의 의뭉스러운 작전도 흐름을 탄 선택으로 읽히는 ‘긍정적 사고’가 이어집니다.
잘 풀리는 팀은 어떻게 해도 잘 풀리는데요. 연승 중인 팀은 작은 장면에서도 이득을 보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고 상대 실책이 흐름을 바꾸고 대타 카드가 맞아떨어집니다. 분위기가 좋은 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는 그 분위기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리죠.
구단 최다 연승 시즌의 결말은 ‘웃음’과 함께했습니다. SSG의 전신 SK는 2009~2010년에 걸쳐 KBO 역대 최다 22연승을 기록했고 2010년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갔는데요. NC는 2016년 15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한화의 전신 빙그레는 1992년 14연승을 기록한 뒤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한화는 2025년에도 연승 효과를 보여줬는데요. 구단 최다 기록인 14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5월 12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 순위 경쟁의 중심으로 올라섰죠. 오랫동안 하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한화는 이 흐름을 바탕으로 시즌 2위, 준우승 기록을 썼습니다. 연승이 팀의 위치와 시즌 전체의 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단번에 보여줬죠.

팀 순위표만 요동친 것은 아닙니다. 2026시즌 초반이지만 선수 개인 기록도 여러 갈래로 쌓이고 있는데요. 큰 줄기는 베테랑들의 기록입니다. 한화 류현진은 24일 두산전 승리로 한미 통산 200승을 채웠고요. 삼성 최형우는 3일 한화전에서 통산 2623안타를 기록하며 KBO 통산 최다 안타 단독 1위에 올랐고 31일 두산전에서는 KBO 최초 통산 1000 장타를 달성했죠. KIA 양현종은 지난달 25일 롯데전에서 KBO 최초 2200탈삼진을 넘어섰습니다.
타이틀 경쟁도 진행 중인데요. 5월 말 기준 KBO 공식 선수 순위에서 kt 최원준은 타율 0.377, 안타 81개로 두 부문 선두에 올라 있죠. 2루타도 17개로 1위입니다. 홈런 부문에서는 KIA 김도영이 14개로 앞서 있고 LG 오스틴과 kt 힐리어드가 13개, 한화 강백호와 SSG 최정이 12개로 뒤따르고 있죠. 타점에서는 강백호가 60타점으로 1위인데요. 2위 힐리어드가 44타점, 3위 김도영이 43타점인 점을 감안하면 초반 격차가 적지 않죠.
투수 쪽에서는 삼성 후라도가 평균자책점 2.17로 1위에 올라 있고 KIA 올러가 2.63, kt 보쉴리가 3.16으로 뒤를 잇는데요. 다승은 LG 톨허스트와 kt 보쉴리가 7승으로 공동 선두로, 류현진과 올러가 6승으로 추격 중입니다. 세이브에서는 삼성 김재윤이 12세이브로 앞서 있고 LG 유영찬과 kt 박영현이 11세이브를, 탈삼진은 두산 베어스 곽빈이 75개로 1위, 올러가 73개로 2위입니다.

관중 지표 또한 새역사를 쓰고 있는데요. 2026 KBO리그는 21일 기준 222경기 만에 누적 관중 403만5771명을 기록했습니다. 2025시즌의 400만 관중 최소 경기 기록인 230경기를 8경기 앞당긴 수치인데요. 100만, 200만, 300만, 400만 관중 돌파가 모두 역대 최소 경기 기록으로 새로 쓰였고 평균 관중은 1만8179명으로 집계됐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12연패 SSG와 8연패 키움은 6월 첫 주중 3연전에서 맞붙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이 진 두 팀이 서로를 상대로 연패 탈출을 노리죠. 어느 팀이 이기든 한쪽은 긴 숫자를 끊는데요. 반면 그 승리의 반대편에는 반드시 다른 팀의 추가 패배가 남죠. SSG가 끊으면 키움은 9연패로 밀려나고 키움이 끊으면 SSG는 13연패를 떠안게 됩니다.
누가 먼저 무너진 흐름을 멈추게 될까요? 단순한 순위표 한 칸이 아닌 팀의 6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승부, 2일 고척돔에서 펼쳐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