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공공시설인 서울 서소문 고가차로가 철거 중 붕괴하며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운데, 높은 위험 등급에도 규정에 따른 안전점검이 제때 실시·보고되지 않은 공공시설이 전국에 170개 이상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이 관리하는 시설들마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일 한겨레가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토안전관리원의 ‘2025년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장 최근 안전등급이 안전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D·E 등급 공공시설은 전국 213개다. 안전점검 대상인 위험시설이지만 구체적인 안전 등급은 매겨지지 않은 ‘미지정’ 등급 시설도 532개다. 지난해 말 기준 안전사고 위험이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되지 않은 잠재적 위험 공공시설이 전국 745개에 이르는 셈이다.
문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최소 반기마다 정기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이들 시설 가운데 안전점검을 하지 않거나 점검을 하고도 그 결과 보고를 누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정기안전점검을 해야 했지만 지난 3월 말까지 안전점검 기록이 없는 곳은 177개로 전체(745개)의 약 24%였다. 서울의 경우 취약시설(안전등급 디, 이)은 아니지만 74개 시설에 대해 안전점검이 실시되지 않았고, 그 중 서소문고가와 같은 도로교량이 17개로 집계됐다.
안전점검 기록이 없는 시설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도로 교량이 43개로 가장 많았고, 배수펌프장(33개), 도로 사면(25개), 공동주택(20개), 수문·통문(13개), 다중이용건축물(12개) 등이 뒤를 이었다.
안전점검 기록이 없는 상당수 시설물에 대해 지자체와 관할 기관들은 철거가 예정돼 있거나 철거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거를 앞둔 위험한 상황에도 대부분의 시설은 별다른 제한 조처 없이 이용되는 형편이다. 가령 전남 장흥군에 있는 죽곡교와 지정교는 모두 D등급 시설이지만,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장흥군청 관계자는 “2024년 10월부터 교량 재가설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라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는 보행자까지 막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라남도 함평군에 있는 D등급 다리인 원선2교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함평군청은 “정기안전점검을 정밀안전진단으로 대체해 실시한 결과 지난 1월 다리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재도 별다른 제한 없이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점검 상황이 주먹구구로 관리되는 정황도 나타났다. 전라남도도로관리사업소는 도로 교량인 전남 무안 신흥교에 대해 지난해 정밀안전점검을 했다고 밝혔지만, 국토안전관리원이 관리하는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는 그 결과를 지금껏 입력하지 않았다. 6개월 이상 결과를 보고하지 않은 셈인데 과태료 처분도 없었다. 시설물안전법은 안전점검 등 결과를 30일 이내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기간에 따라 300만~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현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진단은 안전사고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인 만큼 국토교통부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