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전국 시·도교육감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정치 공세와 혐오 경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교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교육 정책은 자취를 감추고 상대 후보 비방을 넘어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가장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공소취소장’이라 적힌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앞서 ‘공소 취소=헌법 파괴’라는 문구가 담긴 펼침막을 서울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교육감 선거와 무관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라는 정치 현안을 선거 주요 메시지로 내세운 것이다. 정파적 선거운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나온 보수 성향의 정승윤 후보는 에스엔에스(SNS)에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논란은 문해력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는 취지의 게시글과 함께 캠프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스타벅스 커피 사진을 올렸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지난 31일 ‘극우 성향 정치 세력’에 가까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몇시간 뒤에는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교육자치법상 교육감 선거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인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만연했다. 조전혁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상동 경북도교육감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교육감 후보들이 일제히 ‘동성애 교육 반대’ 등을 외치는 혐오 경쟁도 벌어졌다. 조전혁 후보는 서울 곳곳에 ‘퀴어·동성애 교육 아웃(OUT)’ 펼침막을 내걸었고, 김영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우리 공교육에서 언제 동성애 교육을 한다고 했느냐”며 두 후보를 비판하던 윤호상 후보는 바로 입장을 바꿔 서울 광화문 등에서 ‘동성애 교육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했다.
중앙선관위가 펼침막의 혐오 표현이 공직선거법상 비방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미루는 사이, 혐오의 양상은 전국으로 번졌다. 조전혁 후보를 비롯해 강원도 신경호, 인천시 이대형, 충남도 이명수, 부산시 정승윤 등 5명의 교육감 후보들은 ‘동성애 퀴어교육 아웃, 전교조 아웃’이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든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 ‘정책 연대’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교육해야 할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육 현장의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행위를 경쟁적으로 벌인 것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네거티브 공세와 고소·고발전도 거세졌다. 정책 선거를 강조해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지난 30일 상대 후보인 안민석 후보를 겨냥해 ‘폭력 전과 후보에게 아이를 맡기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윤호상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대 학교폭력 전력과 욕설로 도덕적 자질을 상실한 조전혁 후보는 정통 보수의 가치와 서울 교육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에 앞서 정근식 후보와 함께 “깨끗하고 품격 있는 정책 선거”를 만들겠다며 공동 선언에 나선 바 있다. 서울, 전남·광주, 제주,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는 단일화 결과, 이해충돌 의혹, 금품 ·인사 거래 의혹 등을 둘러싼 후보 간 맞고발이 잇따랐다.
교육정책이 실종된 선거에 시민들의 혼돈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정아무개(40)씨는 “교육감 후보들의 펼침막을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며 “펼침막에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 정책 하나 안 보이냐”고 지적했다.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일부 후보들은 보수를 넘어 극우화된 형태로 선거 전략을 펼치고 있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선거 이후 교육감 선거의 제도 보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한 후보가 아니면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이목을 끌기 위한 공세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별도의 선거법을 만들어 국가교육위원회 등이 후보 등록부터 검증, 홍보, 토론 등을 주도하게 하고 후보들이 비용을 덜 쓰게 만드는 방식의 선거공영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우연 박정연 기자 azar@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