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이야기꾼들의 교실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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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글쓰기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작가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왜곡 없이 투명하게 꺼내어 남들에게 내보일 수 있도록 훈련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어떤 능력이든 그 이면에는 시간과 자원,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재능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찾는 데 시간과 자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내 말을 들은 사람 중에 단 한명이라도 자기만의 언어를 찾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성공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어른들이 그토록 찾기 위해 애쓰는 자기만의 언어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우리 아이가 글쓰기 숙제를 한다고 밤 열두시까지 끙끙댔다. 나는 다음날이 걱정되어 아이에게 쓰고 싶은 내용을 물어보고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서 불러줬다. 그런데 아이가 화를 냈다. 자기 글인데 엄마가 마음대로 쓸 내용을 정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손 아프다고 찡찡대면서도 자신이 써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썼다. 그 모습이 엄마로서는 답답했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십년 고민하면서 찾은 글쓰기 철학을 아이는 당연하게 주장했다.

반 아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번 글을 쓴다. 학교에서는 이야기 쓰기를 하고, 주말 숙제로 주제 글쓰기를 한다. 이야기 쓰기 시간은 40분인데 긴 이야기는 이어서 써도 되고, 짧은 이야기는 그 시간에 마무리해도 된다. 이야기의 형식을 익히기 위해 처음 몇번은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구성을 기승전결로 나눠보고 등장인물들을 주인공과 조력자, 방해꾼으로 나누는 연습을 했다. 옛이야기 분석 연습을 할 때부터 빨리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더니, 지금은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자기가 만든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신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원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주제 글쓰기는 예시로 준 주제를 포함해서 매주 자신이 주제를 정해서 쓴다. 주제를 스스로 정하면 아이들은 자신이 쓸 거리가 있는 주제를 고르기 때문에 내용이 풍성하고 아이들의 생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아이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새삼스럽게 모든 아이가 자기 언어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이 자연스러움이 부럽기도 하다. 어른들은 자기 언어의 주인이 되려면 예민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표면을 덮고 있는 몇겹의 무심함이나 고정관념, 자동화된 생각들을 끊임없이 깨부수고 걷어내야 겨우 좋은 글이 나온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언제나 현재를 살고,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생각한 것을 글로 쓴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에는 구태의연함이 없다. 모든 낱말과 문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반짝거린다. 그런 글을 읽는 순간은 참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기 때문이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글 속에도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사도 바뀌고, 생각도 좀 더 촘촘해진다. 그럴수록 글쓰기를 챙기게 된다. 글쓰기는 흘러가는 시간을 아이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현재에 담는 일이다. 논리적인 사고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함양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 글쓰기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다시 글쓰기가 어려워질까 궁금하다. 무심함을 배우고, 고정관념을 익히고, 많은 생각을 자동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일이 곧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도 아이들이 자기만의 언어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통과하면서 품게 된 이야기들을 그때도 자기 언어로 꺼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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