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의 주거복지’ 말할 때 [왜냐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빌라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진미윤 | 명지대 교수

요즘 가계 살림이 만만치 않다. 기름값은 오르고, 장바구니 물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대출이 있는 가구는 이자 부담이 무겁고, 전월세로 사는 가구는 매달 주거비 걱정이 앞선다. 1980년대 초반 한국 경제가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에 시달렸다면, 지금 가계는 고월세까지 겹친 주거비 압박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월급은 더디게 오르는데 집값과 임대료는 빠르게 움직인다. 주거비가 가계의 숨통을 조이는 현실은 더 이상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주거 안전망을 넓히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했고, 주거급여와 다양한 주거지원 제도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의 8%를 넘어섰고, 과거에 비해 제도적 기반도 크게 두터워졌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불안은 여전히 크다.

기존 주거복지 제도는 대체로 소득과 자산 기준을 함께 적용한다. 물론 공공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더 어려운 계층을 우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의 가구 형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소득은 기준보다 조금 많지만 자산은 거의 없는 청년이 있다.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안정적인 전세 보증금 마련조차 버거운 신혼부부가 있다. 은퇴를 앞두고 소득은 줄어드는데 월세와 관리비 부담은 커지는 중장년층도 있다. 이들은 통계상으로는 중산층일지 몰라도, 주택시장 안에서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이른바 ‘복지의 대상’은 아니지만, 시장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 주거복지는 ‘가장 어려운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주거복지의 본령으로서 더 두텁고 촘촘해져야 한다. 반지하,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이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뒤로 밀릴 수 없다. 다만 주거 불안이 더 넓은 계층으로 번지고 있다면, 주거복지의 시야도 그만큼 넓어져야 한다. 주거복지의 온기가 더 많은 국민에게 닿아야 한다. 주거 안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형성, 출산, 돌봄, 일자리, 지역사회 유지와 연결된 사회 전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집 한채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새롭게 짓는 공공임대주택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공급하는 동시에 지역 내 일자리와 건설·관리·서비스 수요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갖는다. 빈집, 빈 상가, 오래된 호텔이나 상업용 건물을 고쳐 활용하는 방식은 쇠퇴한 공간에 다시 사람의 흐름을 만들고, 지역 상권과 생활권의 활력을 되살리는 효과도 낳는다. 또한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본래적 기능 외에도 주거 상담, 돌봄 연계, 고령자 이동 지원, 창업 지원, 아이 돌봄, 건강·정서 관리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단순한 물리적 재고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지탱하고 사회 전체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산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주거복지를 누군가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고월세 시대를 함께 건너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마련해야 할 기초 생활 인프라로 바라보아야 한다. 주거복지의 가장 낮은 곳을 더 두텁게 하면서도, 그 온기가 제도 밖 경계선에서 시장 변동성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닿도록 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소셜 인프라로 세우고, 주거 공익의 가치를 국민의 삶 속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제는 ‘모두의 주거복지’를 말할 때가 아닌가 한다.

조회 58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