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회원사에 노조의 성과급 교섭 요구를 거부하라는 취지의 특별 권고문을 배포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성과급 이슈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자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셈인데, 노사가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머리를 맞대온 오랜 관행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조처다.
경총은 지난 31일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회원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삼성전자 성과급과 관련한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등을 인용해 “영업이익 등 경영 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기업은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맞다. 하지만 성과급을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은 아니다. 임금성과 교섭 대상 여부는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노사 간 협의와 교섭,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 상당수 기업이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고 성과급 비중을 높인 임금체계를 유지해온 상황에서, 노동자의 주요 소득원인 성과급을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미 수십년간 많은 기업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시 성과급 재원이나 지급 기준을 합의로 결정해왔다. 한국노총이 1일 성명을 내어 “경총의 주장은 노사 간 합의로 각종 성과급·복지제도·주식보상제도·경영성과급 등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이날 한겨레에 “기존에도 성과급에 대해 교섭을 해왔다”며 노사 교섭에서 성과급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경영 성과는 노동자의 기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성과급은 노동자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며, 노동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생산성을 높이게 하는 재투자이기도 하다.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 프랑스의 법정 이익분배 제도, 미국과 유럽의 이익 공유제와 종업원 지주제 등 각국이 다양한 성과 공유 제도를 발전시켜온 이유일 것이다. 경총은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괜한 노사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기업이 노동자들과 정당한 몫을 나눌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