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머니에서 손바닥보다도 작은 반도체 칩 패키지를 꺼내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1일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의 기조연설 현장에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이끄는 미국 엔비디아는 이날 노트북·데스크톱 등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자체 설계한 ‘알티엑스(RTX) 스파크 슈퍼칩’을 통해서다. 그동안 게임용 그래픽카드나 대형 데이터센터용 칩을 주로 만들던 엔비디아가 인텔·에이엠디(AMD) 등이 지배하는 소형 컴퓨터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는 물론 개인 소비자까지 아우르며 인공지능 칩 시장 전반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황 최고경영자가 공개한 알티엑스 스파크는,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그리고 128기가바이트(GB) 용량의 메모리를 한 곳에 모은 칩 패키지다. 올해 하반기부터 델, 레노버 등 주요 컴퓨터 제조사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는 영국 암(Arm)의 칩 설계도를 이용하고 대만 미디어텍과 협력해 개발했다. 대만 티에스엠시(TSMC)가 칩 패키지 생산을 맡는다.
이는 엔비디아가 지난 수십 년간 엑스(x)86 기반의 설계도를 반영한 중앙처리장치로 노트북·데스크톱 시장을 지배해온 미국 인텔과 에이엠디 등 경쟁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엑스86 기반 칩은 절대적인 성능이, 암 기반 칩은 전력 사용 및 발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황 최고경영자의 기조연설 현장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엔비디아의 알티엑스 스파크 슈퍼칩에 대용량의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가 장착되는 만큼,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등도 수요처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최고경영자는 타이완 일정을 마친 뒤 오는 4일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튿날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한 ‘삼겹살 회동’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한 ‘깐부회동’에 이어 한국 기업들과의 격의없는 소통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황 최고경영자는 방한 기간 중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서고, 신라호텔에서 국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