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대기업의 천문학적 이익 사용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3년 전 반도체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특별법 도입 당시 미국처럼 ‘초과이익 공유’(upside sharing) 규정을 도입하지 않은 실책이 뒤늦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8월 제정한 ‘칩스법’은 기업의 투자에 직접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두면서도, 납세자 보호를 위한 이익 환수 근거를 명시했다. 이듬해 2월엔 보조금 세부 지침을 확정하면서 1억5천만달러(2260억원가량) 이상의 직접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당초 제출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횡재성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이를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칩스법을 참고해 국내에서도 2023년 3월30일 ‘케이(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미국의 법안과는 달랐다. 기업 지원만 본떴을 뿐 초과이익 공유 규정은 담기지 않은 것이다. 같은 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감세와 특혜 지원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정부에 이익 환수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신동근 의원은 “미국에서는 수익을 환수하게 돼 있다. 우리도 일방적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호황기에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근거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경숙 의원도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초과 이득에 대한 횡재세 도입 등 구체적인 사회 환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든 뒤 사후적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일반 상례”라며 “특정 기업의 수익 처리에 관해 당국자가 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국의 이익 환수 규정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케이칩스법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대기업 기준)을 8%→15%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2월 법 개정 때에도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20%까지 상향하는 등 혜택이 확대됐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세금으로 일부 기업을 지원하는 만큼 법 제정 당시에도 결실을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법 개정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