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우주항공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폭발 사고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야심 차게 밝혀온 ‘달 탐사’ 계획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차질이 빚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블루 오리진의 대형 재사용 발사체 ‘뉴 글렌’(New Glenn)이 지상연소(hotfire) 시험을 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재 사고가 났다. 블루 오리진 쪽은 “모든 인원이 무사하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와 복구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36번 발사대(LC-36)는 뉴 글렌을 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발사대라, 상당 기간 발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기업이고, 뉴 글렌은 블루 오리진이 재사용 발사체로 민간 우주산업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스페이스엑스(X)를 따라잡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대형 재사용 발사체다. 높이 98m의 2단 발사체인 뉴 글렌은 지난달 세번째 시험 비행을 한 데 이어, 다음 주 네번째 발사를 앞둔 상태였다. 발사체 점검과 발사대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뉴 글렌과 연관된 계획들이 중단될 전망인데, 주요 외신들은 그 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이 분야를 개척한 경쟁사 스페이스엑스도 2016년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이 시험 중 폭발하는 사고를 경험했는데, 다른 발사대로 옮겨 4개월 만에 발사를 한 적 있다.

문제는 블루 오리진과 뉴 글렌이 나사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임무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사는 지난달 달 궤도를 유인 비행하는 ‘아르테미스 2차’ 임무에 성공했고, 2028년 달 표면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3차’ 임무를 진행 중이다. 사고가 나기 불과 이틀 전인 26일(현지시각)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2032년까지 200억달러를 들여 달 남극에 영구 기지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첫 단계에서 블루 오리진은 올해 가을 이후 뉴 글렌을 이용해 무인 달 착륙선 ‘블루 문 마크1 인듀어런스’(Blue Moon Mark1 Endurance)를 달에 보내기로 했다. 나사의 과학 장비를 달 표면으로 옮기고, 앞으로 있을 유인 착륙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나사와 블루 오리진은 2028년까지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서 사용할 로버 두 대를 납품하는 1억8800만달러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뉴 글렌을 쏘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이 계획들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폭발 사고 이후 아이작먼 국장은 “아르테미스와 달 기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블루 오리진이 아르테미스 3차 임무에 참여할 수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르테미스 3차에는 블루 오리진의 경쟁사인 스페이스엑스도 깊이 간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저널 ‘네이처’는 “스페이스엑스는 아직 주력 발사체인 ‘스타십’을 지구 궤도에 완전히 진입시키지 못했다”며 스페이스엑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대형 재사용 발사체인 스타십(V3)은 최근 실시한 12번째 시험 비행에서 지구 궤도의 대부분을 비행했으나 부스터 하나가 오작동을 일으켜,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사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스타십의 운항을 중단시킨 바 있다. 뉴 글렌의 사고 소식에 대해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인(CEO)인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안타깝다. 로켓(발사체)은 어렵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사고는 소수의 민간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우주 발사 인프라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나사는 우주항공 산업을 민간 기업들에 열어주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한 그 전략은 그리 유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항공우주 분석가인 캐슬린 컬리는 “정책 입안자들은 여러 공급업체가 있는 탄력적인 우주 생태계를 점점 더 원하고 있지만, 블루 오리진의 이번 사고는 현재 스페이스엑스의 (독점적) 발사 능력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구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