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여성직원 개인정보 유출에 여성 소비자들 불매 움직임 확산

씨제이(CJ)그룹 로고와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씨제이(CJ)그룹의 여성 직원 330여명의 사진·개인정보가 유출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유포된 사건과 관련해,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씨제이 계열사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10~30대 여성들과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이번 사건을 여성 표적 범죄로 규정하고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기업 마케팅과 매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9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여성 소비자 5명은 “이번 사건은 기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올리브영 골드 회원(6개월 동안 100만원 이상 사용)인 이아무개(36)씨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특정 연령대 여성 직원들의 사진, 근무지 등 민감한 정보가 거래됐다는 점이 끔찍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올리브영을 불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불매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씨제이의 사내 보안 시스템의 허술함과 안이한 사후 대처에 대한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텔레그램 채널은 2023년 5월 개설됐다. 내부자가 오랜 기간 사내 인트라넷 곳곳에 접속해 다수 여성 직원의 직무지역, 근무시간, 직무·직급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회사의 사전 감지 시스템이나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씨는 “씨제이 같은 큰 기업에서 한두명도 아니고 300명 이상의 직원 정보를 검색하는데 해당 로그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과연 고객의 정보는 안전한 회사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김아무개(36)씨는 “회사 내에 범행에 협력하거나 방조한 직원들이 있지는 않은지, 암암리에 텔레그램방의 존재를 알면서 묵인하고 있던 직원들이 있었던 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씨제이그룹이 초기 공지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유출 사실을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셌다. 이씨는 “피해 여성 직원들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피해 사실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느낌이 들어 분노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이나 외식 상품 등이 대체 가능한 소비품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및 브랜드 자사몰 등을 올리브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씨지브이(CGV), 티빙, 뚜레쥬르, 비비고, 햇반 등 씨제이 브랜드 전반이 불매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소비 거부를 넘어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협업 거절’로도 이어지는 추세다. 인플루언서들은 다가오는 6월 올리브영 세일 기간을 앞두고 제안된 프로모션 광고를 잇달아 거절하고 있다. 이아무개(23)씨는 “우리 사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다른 인플루언서가 하는 광고가 많이 공유되도록 홍보를 품앗이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올리브영 관련 광고에는 서로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ㄱ씨는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받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올리브영 6월 세일 프로모션을 언급해 달라는 부분이 있어서 광고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제공받을 제품 몇 개보다는 올리브영에 대한 불매 의지를 브랜드에 알리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ㄱ씨 제공

불매운동 참여자들은 이번 사건이 젠더 범죄의 성격을 띤다고 강조한다. 박아무개(15)씨는 “그 많은 직원 중에 굳이 여성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팔았다는 것에 화가 났다.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말했다. 재직 중인 피해자들이 생계 문제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소비자들이 직접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김씨는 “씨제이의 대응을 소비자가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불매로써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씨제이그룹은 정보 유출자로 내부 직원 한명을 특정하고 경찰에 관련 정보를 넘긴 상태다. 해당 채널은 최근 폐쇄됐는데, 이전에 두차례에 걸쳐 가상화폐를 통해 채널 소유권이 거래된 전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제이그룹은 개인정보 보호 조처, 2차 피해 예방, 개별 불편사항 대응 등을 위해 지난 26일 개인정보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 28일에는 피해자 ‘공지방’을 만들기도 했다. 피해자 ㄴ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많다. 회사 차원의 실질적인 보호 조처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한다”며 “‘공지방’이 아닌 재직자·퇴사자를 포함한 피해자 ‘소통방’을 만들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쪽에서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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