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한국,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평양의 거리 모습 등을 찍은 동영상을 잇따라 올리고 북한이 경제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등과 대화로 나올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0여초짜리 평양 동영상을 올렸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 지하철과 전기 버스 등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거나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영상과 함께 “평양은 현대적이고 깨끗하며 체계적으로 계획된 도시고, 8년 전 제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이후로 계속해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라며 “거리는 분주하고 도로의 차량도 늘었으며, 새 건물과 개발 프로젝트가 많이 눈에 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북한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의 고립이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발전을 이뤄냈다”라며”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삶을 개선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라고 덧붙였다.
발라크리슈난은 29일에도 페이스북에 중국, 북한,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에도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 장면과 함께 평양의 모습이 잠시 등장한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26∼27일 북한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당국자들과 대화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28일엔 서울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싱가포르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28일 스트레이츠 타임스, 채널뉴스아시아 등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아직 한국이나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과 의미 있는 대화 채널을 열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면서, “대신 그들은 자립, 그리고 군사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8년만에 북한을 방문한 그는 북한이 이전과 달라진 점으로 “한국과의 통일에 대한 명백하고 단정적인 거부”를 꼽았다. 그는 북한의 이런 입장이 최근에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통일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에 “전략적 인내”를 당부했다. 그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라”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대화 채널을 열 기회를 모색해라. 어떤 것들은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중재자 역할 등을 먼저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제재 틀 안에서 북한과의 소통 채널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유지해왔고,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회담 장소를 제공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북한이 그간의 대북 제재에도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체제가 분명 북한을 힘들게 했다”면서도 평양에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고, 매점에는 물건과 상품이 있는 등 경제 발전 징후를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시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전자상거래를 하고 있다고 우리한테 보여줬다. 그들은 주문하면 하루 내에 배송받을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오는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안보포럼(ARF) 개최를 앞두고, 발라크리슈난 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에게 “역내 국가들과 대화 채널을 열어둘 것”을 권유하며 초청했다고 밝혔다. 아세안안보포럼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했던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데, 2019년부터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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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