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이라도 ‘동의’가 필요한 이유 [.txt]

스스로 선택해도 괜찮아 l 윤은주 글, 주노 그림, 킨더랜드, 1만4000원

조카 남매의 다툼은 늘 하찮은 일에서 시작된다. 특히 둘째가 맏이의 물건에 허락 없이 손을 대면 무조건 전쟁이다. 여기엔 관용이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발발하는 국지전의 이면에 ‘동의’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기 전엔 하지 못했다.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동의는 관계의 ‘황금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나이에야 어린이책을 읽고 배운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한 저자가 쓴 ‘스스로 선택해도 괜찮아’는 129쪽에 걸쳐 줄곧 동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동의에 대해 이렇게 할 얘기가 많다고?’ 의심스러웠다. 책을 펼치면,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이 동의를 전제로 이뤄진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 간 동의의 문제부터, 사회적 동의에 이르기까지 고민해볼 거리는 무궁하다.

이를테면 이런 순간. 친한 친구와 분식집에 가서 당신은 비빔국수를, 친구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비빔국수를 후루룩 맛본 순간, 당신은 이 맛을 친구와도 나누고 싶어졌다. 새콤달콤 비빔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맛있으니까 먹어 보라”며 비빔국수를 덜어준 당신에게 친구가 “매운 걸 못 먹는다”며 호의를 거절한다. 난감한 순간이다. 호의를 거절당한 당신은 민망하고, 거절해야 하는 친구도 난처하다. “상대방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혼자 결정해 버린다면, 아무리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라 해도 그것이 도리어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 책은 친근하게 동의가 가진 힘을 알려준다.

책은 어린이와 장애인 등 약자를 향한 배려 역시 동의를 열쇳말 삼아 설명한다. 어린이 없는 노키즈존,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반대는 왜 나쁜 주장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가 함께 지키기로 한 사회적 동의이기 때문이다. 약자를 공격하거나 배제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가 동의하고 가꿔온 가치에 역행하기에 ‘개인의 자유’를 들어 옹호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법도 중요하다. 단지 “동의하냐”고 묻는 것은 강요에 가깝다. 눈빛이나 몸짓, 말투로 ‘거절하면 좋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기,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기, 불쌍한 얼굴로 매달리기”. 전부 상대방을 압박하는 태도다. 대신 책은 이렇게 물어보기를 권한다. “네가 해줄 수 있어?”, “네 생각은 어때?”, “내가 해 줄까?”.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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