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정부가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동하며 한달 넘게 이곳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실제 선박이 이동하기까지 고려할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
청와대는 8일 “이번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여건이 마련된 만큼, 정부는 우리 선박의 통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와의 협의 및 관련국과의 소통을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이란 측이 군과의 협조 및 기술적 제약 등을 고려한 가운데 통항을 재개할 것을 밝힌 만큼 구체적인 통항 방식과 조건 등에 대해서는 관련국과의 소통을 통해 면밀히 파악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호르무즈해협 개방의 구체적인 성격과 조건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국이 각각 휴전을 공표했지만, 현재 일치된 공동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 보도를 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내어 “2주 동안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행은 이란 군 당국과의 협조 및 기술적 제약을 고려하는 조건 아래 가능할 것”이라며 ‘조건부 허용’을 시사했다.
이란은 휴전 조건에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도 명시했다. 통행료를 받고 혁명수비대가 호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행료 지급 방안은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완전하고 자유로운 통항이 가능한 상황인지 현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이란과의 양자 소통을 포함해 다각도로 구체적인 통행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들과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문제를 논의한 해양수산부는 일단 운항 자제 권고는 유지하기로 했다.
해운업계도 선원 안전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원 안전이 담보된 상황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응과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 병목 현상도 변수다. 현재 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에 갇혀 있는 선박은 2천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이란의 통제 등을 고려하면,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발이 묶인 배들이 2주 안에 모두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는 우리나라 선박 26척이 대기하고 있으며, 한국인 136명과 외국인 451명 등 총 587명이 탑승하고 있다. 선박 종류로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을 포함한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 운반선 6척,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 운반선 2척, 화학제품 운반선 2척, 화물 운반선 4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 운반선 1척, 중량물 운반선 1척 등이 있다.
장예지 서영지 서혜미 김영동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