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당신의 청첩장이 1천원에 팔리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서 청첩장·부고장 무더기 거래

경조사비 증빙자료 활용…'업무추진비'로 허위 신고

공공연한 '탈세 품앗이'…웨딩사진·계좌번호 등 유출

"사진 포함 청첩장 무단 게시하면 인격권·초상권 침해"

결혼식 청첩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2025년도 청첩장이나 부고장 있으신 분 계신가요? 1건당 1,000원에 삽니다. 1:1 채팅 주세요."

지난달 16일 1천400명 규모 '경조사 정보 공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신랑 신부의 웨딩사진도 들어있는 청첩장 한 장이 1천원에 팔리고 있다. 상주 휴대전화와 가족관계, 계좌번호가 적힌 부고장은 500원에 거래된다.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냈다는 '거짓' 경조사비 증빙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탈세 행각이자 타인의 개인 정보를 멋대로 유출하는 것으로, 위법 소지가 크다.

'경조사 정보 공유 오픈채팅방'에서 공유되는 청첩장·부고장
[카카오톡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종합소득세 신고 앞두고 거래 활발…"400장 구매도"

지난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경조사 공유'를 검색하자 관련 오픈채팅방 18개가 떴다. 이른바 '경조사 정보 공유 오픈채팅방'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함께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방이 아니다.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들이 비용 처리를 위한 경조사비 증빙을 확보하려고 모바일 청첩장·부고장 캡처본을 공유하거나 사고파는 공간이다.

각 방에는 적게는 700명에서 많게는 1천400명가량이 참여해 있었다. 참여자들은 각자 부고장이나 청첩장 사진을 올리며 '증빙 품앗이'를 했다. 특정 연도의 경조사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일부는 무료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판매를 위해 1:1 채팅 링크를 남겨 개인적으로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오픈채팅방에는 한 달 동안 단 한 건의 경조사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사람은 '추방 조치'된다는 공지도 올라왔다.

이런 '방'들이 등장한 것은 거래처 등 업무 관련자에게 낸 축의금·부의금은 세법상 '업무추진비'로 분류돼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비용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란 거래처·고객 등 사업과 관련 있는 외부 인원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으로, 접대·교제·사례 등의 명목을 불문하고 폭넓게 인정된다.

이를 악용, 실제 경조사비 지급 여부는 물론이고 사업 관련성도 확인되지 않은 청첩장과 부고장이 온라인에서 무더기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부터 말일까지 1천400명 규모의 '경조사 청첩장 부고장 공유'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지켜본 결과, 150건이 넘는 청첩장·부고장 사진이 공유됐다. 이달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부당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2025년 경조사 정리'라는 제목의 압축 파일을 무료로 공유했다. 해당 파일을 내려받자 300건이 넘는 청첩장과 부고장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2025 경조사 청첩장 부고장 최저가 판매'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 운영자에게 가격 등을 문의하자, "구매하는 게 전혀 문제 되진 않는다. 수량에 따라 다르지만 800원에서 600원까지도 드리고 있다. 다른 분들은 1천원 정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보통 매년 적게는 40장부터 100장, 400장까지 구매하신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청첩장·부고장 자료 판매 오픈채팅방
[카카오톡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손해배상 청구 대상"

경조사 비용이 업무추진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 관련성'과 '증빙'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 중소기업 기준으로 업무추진비 기본 한도는 3천600만 원으로, 여기에 매출액에 따른 추가 한도가 더해지는 구조다.

조문교 세무사는 "세무상 비용처리의 요건은 '사업 관련성이 있는가'와 '증빙이 있는가'인데, 개인적 목적이 아닌 사업을 위해 거래처나 고객에게 지출한 경조사비여야 한다"며 "관련 증빙은 청첩장이나 부고장이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조사비는 1회 지출액이 20만 원 이하일 경우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 같은 '적격증빙' 없이도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조 세무사는 "경조사비를 지출한 경우 상대방에게 영수증을 받는 것은 사회 통념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무상 청첩장, 부고장만으로 비용처리를 하고 있고 과세 관청에서도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경조사가 본인 사업과 관련된 거래처나 고객의 일인지 소명하지 못하면 비용처리 근거가 될 수 없다.

조 세무사는 "사업자들끼리 비용처리를 위해 모아놓은 청첩장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얼핏 듣기는 했다"며 "하지만 비용처리의 대전제는 사업 관련성이며, 본인 사업과 관련 없는 경조사비를 지출했다고 비용처리하는 것은 부당하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조사비 지출이 과다하게 많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소명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며 "사업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비용이 부인돼 세금이 추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도 "기업업무추진비는 접대비로 분류되는데, 사업 목적으로 법인이 업무와 관련된 사람과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지출이라는 정의가 법에 명확히 나와 있다"며 "실제로 그런 (업무)관련성이 없는데도 적발되면 당연히 인정해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증빙 거래를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모니터링한다고 하더라도 채팅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나 기업의 실명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적 사항을 특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천400명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약 300건의 경조사 자료 파일
[재판매 및 DB 금지]

개인 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이모(33) 씨는 "지인들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는데, 혹시 이런 식으로 오픈채팅방에 돌아다니거나 거래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름이나 사진뿐 아니라 예식장 위치, 시간까지 다 담겨 있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축하를 받기 위해 보낸 건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게 찝찝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청첩장과 부고장은 특정 수신인에게 경조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발송된 것"이라며 "이를 오픈채팅방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이나,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수령하는 행위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의 사진이 포함된 청첩장을 동의 없이 게시하는 행위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은 없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조사 자료 공유 오픈채팅방 목록(왼쪽)과 판매하는 채팅방
[카카오톡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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