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분노의 2승, 균형 맞춘 현대캐피탈…승부는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 허수봉(맨 왼쪽)이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이 천안에서 우승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우리는 리버스 스윕 전문.” (현대캐피탈 주장 허수봉)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안방 팬들 앞에서 대한항공에 우승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 전적을 기어이 2승2패로 맞추며, 승부를 마지막 5차전까지 끌고 갔다.

현대캐피탈은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4차전 대한항공과 안방 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23/25:23/31:29), 승리를 거뒀다. 1∼2차전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뒤 3∼4차전을 모두 셧아웃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4차전 초반, 이틀마다 이어진 빡빡한 승부에 선수들은 지친 듯 보였다. 3차전 65.4%(현대캐피탈)과 57.1%(대한항공)까지 치솟았던 공격성공률은 4차전 1세트 초중반 30%대까지 떨어졌다. 경기 도중 부상으로 코트에 쓰러지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팀 선수들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대한항공과 막으려는 현대캐피탈은 매 세트 온 몸을 던지며 엎치락뒤치락 한 점 차 승부를 펼쳤다.

팽팽한 승부를 가른 한 끗 차이는 해결사 본능, 그리고 집중력이었다. 국내 공격수 허수봉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0득점을 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공격성공률은 56.3%에 달했다. 특히 시소게임이 계속되던 2세트 막판, 20점 이후 4점을 몰아치며 승기를 가져왔다.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 역시 17득점(공격성공률 41.2%)를 하면서 힘을 보탰다. 평소보다 조금 부진했지만 해결사 능력이 빛났다. 백미는 3세트였다. 막판 30-29 듀스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연속 유효 블로킹에 성공하며 대한항공 공격을 끈질기게 막아냈고, 리베로 강승일이 코트를 벗어나던 공을 기어이 걷어 올렸다. 이어 신호진이 토스를 올렸고, 어려운 공을 레오가 침착하게 때리며 경기를 끝냈다.

‘소음이 100dB(데시벨)에 다다랐으니 주의하라’는 스마트워치 경고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댈 정도로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도 선수들에겐 힘이 됐다. 이날 경기장엔 ‘0%의 기적을 현실로 리버스 스윕 가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추가로 걸렸다. 역대 챔프전 1, 2차전을 내준 팀이 우승할 확률은 0%인데, 이 확률을 넘어서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에서 승리로 화답했다.

반면 3차전에서 잘 싸우고도 일격을 당한 대한항공은 이날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정지석은 19득점(공격성공률 62.5%)으로 활약했지만,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잇따라 범실이 나오며 고개를 떨궜다. 헤난 달 조토 감독의 전술 핵심인 임동혁과 호세 마쏘도 각각 11득점(37.5%)과 10득점(50%)에 그쳤다. 팀 범실도 24 개로 현대캐피탈(18 개) 보다 많았다.

현대캐피탈의 사상 첫 리버스스윕 우승이냐, 대한항공의 2년 만에 왕좌 탈환이냐. 두 팀의 운명을 건 마지막 승부는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천안/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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