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쇼츠 보고 우연히 알았다”…역대급 ‘무관심’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밀라노/연합뉴스

“우연히 유튜브 쇼츠(1분 내외의 짧은 영상물)를 보다가 올림픽이 진행되는 것을 알았다. 티브이(TV) 중계를 보지 못해서 아예 몰랐다.”

서울시 직장인 김아무개(35)씨는 “겨울올림픽이 개막하고 한참 지나 알게 된 거라 민망하다”며 11일 한겨레에 이같이 말했다. ‘메달 불모지’였던 스노보드 종목에서 김상겸(37·하이원), 유승은(18·성복고)이 연이어 메달을 목에 건 이후 관련 영상들이 퍼지면서 그제야 올림픽을 인식한 것이다.

실제로 두 선수의 메달 획득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선수들을 축하하면서도 “올림픽 하는지 몰랐다” “왜 지상파에서 중계 안 하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상파 중계가 있었다면 (선수들은) 방송 섭외 1순위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동계올림픽 시작했는데 아무도 모르는 이유’라는 글이 게재됐는데, “(올림픽) 시작을 이 글로 알았다” 등의 ‘웃픈’ 반응이 있었고, ‘무관심 올림픽’이라는 주제의 영상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된 데에는 이전 올림픽 경기를 지상파 3사가 편성·방송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가 단독 중계한 영향이 크다. 또 지상파 3사 채널에서 경쟁적으로 영상을 공급하다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JTBC 유튜브 채널에서만 공식 영상이 제작돼 올라오면서 여러 소셜미디어(SNS)에서 재편집 배포되는 ‘화력’도 떨어졌다.

애초 JTBC도 혼자 중계할 계획은 아니었다. JTBC는 올림픽·월드컵 국제 스포츠 중계권을 사오는 방식의 하나인 지상파 3사의 ‘코리아 풀’ 틀을 깨고,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독점 중계권을 따온 뒤 재판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JTBC가 협상 막판 중계권료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렬되면서 ‘나홀로 중계’ 상황이 빚어졌다. 지상파에서 올림픽이 중계되지 않는 것은 1964 도쿄올림픽 이후 62년 만이다.

중계권 협상 결렬에는 올림픽 중계가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방송 인력을 투입하는 탓에 중계권료를 상회하는 광고 수익이 따라붙어야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대회가 열리면서 국내에서는 시차 때문에 밤늦게나 새벽에 중요한 경기들이 펼쳐지는 등 광고 단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2024 파리올림픽은 같은 유럽 대륙에서 열렸고, 예상 밖의 흥행을 거뒀음에도 에스비에스(SBS)가 올림픽 중계 관련으로 1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증권가 발표가 있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나 김연아(피겨) 등 ‘초대형 스타’ 부재도 광고 수익에 악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중계권 독점으로 보편적 시청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0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동계올림픽이라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국민의 시청권이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유감”이라며 “방송사 간의 중계권 협상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주 제약적이라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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