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남미 우파물결 저지하고 통산 4선(종합2보)

1차 투표 패배 뒤 결선 역전…트럼프 2기 중남미 첫 좌파 승리

투표시간 연장 논란…보우소나루, 불공정 주장하며 불복 시사

여소야대·경기부진·재정건전성 악화 탓 가시밭길 새 임기 예고

대선 승리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룰라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곽민서 김아람 기자 =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성향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통산 4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개표율 99.93% 기준 51.77%의 득표율로, 48.23%에 그친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를 약 440만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개표 초반 한때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밀리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개표율 13.98%가 지난 시점에서 룰라 대통령을 앞질러 나간 것이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개표율 48%를 기록할 무렵 재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조금씩 격차를 보이면서 승기를 잡았다.

그는 앞서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밀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단 한 차례도 역전하지 못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대선 패배 후 연설을 준비하는 보우소나루 후보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로써 룰라 대통령은 2003년 첫 집권 이후 통산 4번째 대권을 거머쥐며 브라질 현대 정치사상 최초의 4선 대통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89년 첫 대선 출마 이후 통산 7차례 대권 도전에서 4승 3패(4차례 당선, 3차례 낙선)의 기록을 썼다.

반면 부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첫 '부자(父子) 대통령'을 노렸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1차 투표에 승리하고도 결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친 자이르도 재선에 도전했다가 룰라에게 패한 바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중남미 대륙을 강타하고 있는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물결)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 2025년 1년 이후 중남미 대선에서 우파가 패배한 경우는 전무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 대선에서 좌파 진영이 승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날 투표가 마감되기 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후보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지만, 보우소나루 후보의 1차 투표 승리를 높이 평가하고 이번 대선을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표현한 바 있다.

브라질 상파울로 도심에서 룰라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선거 결과가 나오자 브라질 거리 곳곳에서는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룰라 대통령 선거캠프는 그가 가족 및 측근들과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룰라의 당선이 확정되기까지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89년 대통령 직선제가 채택된 이후 1차 투표에서 패배한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전례도 없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막판 맹추격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룰라 대통령의 전매특허 정책인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지원금을 15% 인상하고 대선 전 미리 지급했다. 룰라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주5일제 도입 법안도 선거 직전 브라질 상원을 통과했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룰라 대통령 지지층이 막판 결집하면서 양측은 오차범위 내 초박빙 판세로 최후의 결전에 돌입했다.

투표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2시간 연장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룰라 대통령 선거캠프의 긴급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룰라 측은 상파울루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의도적으로 대중교통 배차를 줄여 유권자들의 투표소 이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후보 측도 투표 연장을 요구하면서 브라질 전국 투표소 마감 시간은 일괄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에서는 혼란이 이어졌고, 일부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투표 시간 연장이 전례 없는 조치라며 선거 불복을 시사했다. 그는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의 무효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브라질 대선의 투표 기권율은 19%로 역대 대선 결선투표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두드러졌지만, 막판 접전이 치열해지면서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이다.

대선 결선투표 승리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룰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룰라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 승리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브라질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투표가 극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다음 임기는 2027년 1월 5일 시작된다.

룰라 대통령의 네 번째 임기가 역대 가장 어려운 임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일 총선에서 우파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브라질에서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의회가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보우소나루 후보가 속한 자유당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하면 하원에서 280석 이상, 상원에서 최대 50석을 장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상·하원 모두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룰라 대통령은 내년 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했다.

높은 금리와 국내총생산(GDP)의 82%를 넘어선 공공부채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브라질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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