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명태균 말 의심하면서도 다른 증거 토대로 일부 신빙성 인정
2심은 "보강 증거도 부족"…증거 수집·채택 적법성 판단도 엇갈려
3대특검 명태균 관련 사건 전부 대법으로…세부 쟁점은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23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2심에서 유무죄가 뒤집힌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상고심 쟁점은 결국 명태균 진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로 좁혀질 전망이다.
1심과 2심 모두 명씨 진술 진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도 1심은 다른 증거들과 종합해 일부 진술 내용을 사실로 인정한 반면 2심은 그 전체를 배척했다.
따라서 상고심에선 명씨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들 의미를 두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오 시장 측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과 2심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씨의 진술을 모두 신빙하긴 어렵다는 데에선 판단이 겹쳤다.
하지만 1심은 "적어도 객관적 증거나 당시 구체적 정황에 부합하는 부분 등에 대해선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반면, 2심은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나 이를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반대 결론을 내놨다.
오세훈 시장 혐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 오 시장이 2021년 1월 22일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 후원자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는 점이다.
이에 부합하는 명씨 진술은 "2021년 1월 22일 오후 3시 30분께 차를 타고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던 중 오세훈이 전화로 울면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니 맡아달라', '김한정이 조사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1심은 기록상 오 시장이 당일 명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확인되는 점, 명씨 측이 그날 약 한 달만에 여론조사를 재개한 점,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협조적인 태도로 자료를 제공한 점을 고려하면 오 시장이 그날 여론조사를 의뢰해 실제로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명씨의 동업자였던 강혜경씨가 당일 오후 2시 20분께 여론조사 업체 단체 카카오톡방에 비공표용 여론조사 설문지 파일을 전송하며 첫 번째 여론조사 준비에 착수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오후 3시 30분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는 명씨의 진술과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날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건 시각도 명씨가 주장한 오후 3시 30분보다 늦은 오후 5시 9분께라고 짚었다.
명씨가 탄 차량을 운전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이 수사기관에서 명씨의 주장과 같은 통화 내용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점, 명씨 스스로도 작년 3월 검찰에선 첫 번째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의뢰한 게 아니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스스로 진행했다고 진술한 점 역시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2심은 명씨 측이 여론조사 결과를 강 전 부시장뿐 아니라 김종인,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에게도 공유한 점을 들며 여론조사가 오 시장의 외뢰가 아닌 다른 경위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명태균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력을 과시하면서 김종인에게 선거 관련 조언을 할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한정씨가 오세훈 시장의 요청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납부했다는 명씨 진술도 1심은 보강 증거를 토대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김씨가 2021년 2월 1일 강혜경씨 계좌로 1천만원을 입금했는데, 당시 김씨는 명씨나 강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에 오 시장의 요청이 없었다면 1천만원을 입금할 아무런 이유도 없거니와 강씨의 계좌를 알 방법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변호사와 면담하며 진술한 내용을 적은 변호사 메모도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됐다.
메모에는 김씨가 명태균을 처음 만나게 된 경위와 관련해 "강철원 특보가 연락해 '만나봐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듯하니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라고 기재돼 있다.
1심은 이를 두고 "김한정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명태균을 만난 게 아니라 오세훈 내지 강철원의 요청을 받고 처음 만나게 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심 역시 김씨가 명씨와 별다른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 1천만원을 입금한 경위와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이를 오 시장 요청에 따른 여론조사 비용 대납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 1천만원에 대응하는 여론조사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2심은 "이 돈은 특정 여론조사 대가라기보다 명태균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명태균이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각종 경비나 기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변호사의 면담 내용도 김씨가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씨를 알게 됐음을 보여줄 뿐, 오 시장의 개입을 입증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2심 재판 중 김한정씨가 제출한 2021년 3월 6일자 명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도 '비용 대납'에 관한 명씨 진술을 탄핵하는 데 주효했다.
통화에서 명씨는 김씨에게 "나는 오 시장을 통해서 형님을 만났기 때문에, 그것도 오 시장이 직접 소개시켜준 게 아니잖아예", "오 시장, 나는 어떤 관계인지를 모르는데 내가"라고 말한다.
김씨는 이에 "나는 시장한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 (강)철원이가 얘기해서 내가 본 거야, 니"라고 답한다.
2심은 이를 토대로 "오세훈이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비용을 요청하러 직접 김한정을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는 명태균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상고심은 결국 명씨 진술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의 가치를 둘러싼 특검팀과 오 시장 측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 증거는 명씨 진술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외 다른 증거들이 유무죄 판단을 가르게 되는 셈이다.
2심 선고 후 특검팀 소속 박노수 특별검사보도 "우리도 명태균 진술 중에 믿지 못할 부분이 있음을 잘 알지만, 명태균 진술뿐 외 다른 결정적 증거들이 있는데도 재판부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에선 특히 증거들이 적법하게 수집·채택됐는지가 중요한 공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측이 '결정적 증거'로 꼽은 김한정씨와 강혜경씨의 대화 녹음은 1심에서 증거로 인정된 반면 2심은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해 배척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강씨에게 '오 시장 캠프 쪽의 주선으로 명태균씨를 처음 만났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한 유력한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2심은 검찰이 이 파일이 담긴 강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때 영장에 적시한 혐의사실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무관하다며 압수 과정이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탄핵 증거로 채택된 김씨와 명씨 간 통화 녹음파일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한정씨가 원래부터 해당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가, 마치 2심 들어 처음 발견한 것처럼 탄핵 증거로 제출했다"며 "보유한 녹음파일 30여개 중 일부만 제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속이는 증거를 채택해선 안 되고, 통화 내용을 검토하더라도 전체 파일에 대해 심리해야 한다"며 "상고 이유서에 이런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해당 파일은 김씨가 항소심에서 처음 발견한 게 맞고, 그 전부터 갖고 있다가 1심 결론이 불리하게 나오자 뒤늦게 제출한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김씨 측도 휴대전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녹음파일의 존재를 잊었다가 2심에서 명씨가 허위 진술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기억해냈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인의 제주도 별장 창고에서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를 찾았고, 저장돼 있던 파일 중 가장 의미 있다고 판단한 몇 건을 선별해 냈다고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보석으로 풀려났던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7 dwise@yna.co.kr
한편 특검이 오세훈 시장의 2심 선고에 상고할 방침을 밝힘으로써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수사한 명태균씨 관련 사건이 모두 대법원에 모이게 됐다.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역시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 여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겨졌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공여자로 기소된 명씨의 사건은 1심에서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가 2심에서 전체 무죄로 뒤집혔다. 특검팀은 이에 상고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건도 오 시장 사건과 같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가 핵심이다.
다만 오 시장 사건에선 명씨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인 반면,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에선 명씨도 혐의 입증에 불리한 진술만 해왔다. 명씨 본인도 불법 정치자금의 공여자로 함께 기소돼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고심에선 명씨 진술의 신빙성보단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의사 합치를 드러내는 다른 증거들의 가치가 결론에 주요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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