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빼앗기 실험서 친구 먹이 덜 훔쳐…배신당해도 용서 빨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침팬지도 맛있는 먹이보다 친구와의 우정을 더
소중히 여길까?
국제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최근 발표된 미국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 침팬지는 좋아하는 먹이를 얻을 기회가 생겨도 친한 친구의 것은 상대적으로 덜 빼앗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한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우간다 응감바섬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우정이 이기적인 행동을 억제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먼저 약 8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해 침팬지들 사이의 친밀도를 파악했다.
이후 침팬지들을 두 마리씩 짝지어 나란히 붙어 있는 방에 한 마리씩 들여보냈다.
한쪽 방에는 파인애플 조각이 담긴 금속 쟁반을 놓고, 다른 방에는 이 쟁반에 연결된 줄을 설치했다.
줄이 있는 방의 침팬지가 줄을 잡아당기면 옆방 침팬지 앞에 놓인 파인애플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와 빼앗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침팬지의 관계는 친한 친구일 수도, 특별히 가깝지 않은 동료일 수도 있었다.
실험 결과 침팬지들은 상대가 친하지 않은 동료일 때 70%의 비율로 먹이를 빼앗았지만, 친구일 때는 그 비율이 61%로 낮아졌다.
'요요'라는 이름의 암컷 침팬지는 절친한 친구 '파사'의 먹이를 빼앗을 기회가 주어지자 아예 실험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먹이를 빼앗긴 침팬지들의 반응이었다.
친구에게 파인애플을 빼앗긴 침팬지는 주먹으로 땅을 치거나 큰 소리를 지르고, 불안한 듯 몸을 긁는 등 강한 불쾌감과 불안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실험에서는 친구가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이를 더 쉽게 받아들였다. 반면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실험 내내 비슷한 수준의 분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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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이끈 오데드 리토프 UC버클리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침팬지가 친구에게서 먹이를 덜 훔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침팬지도 인간처럼 서로에 대해 사회적 기대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기대가 훗날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공정성과 다양한 도덕관념으로 발전한 기초적인 요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영장류가 동료와 맺는 관계를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많은 연구자는 영장류의 관계에 '우정'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동물의 행동에 인간의 감정과 가치관을 투영하는 '의인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서 영장류가 친밀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더 큰 신뢰와 지지를 보인다는 증거가 계속 발견됐다고 보는 쪽도 있다.
실제로 친한 침팬지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손을 잡고 잠자리를 같이하며,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보호하고 상대가 슬픔에 빠졌을 때 위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친구가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보면 질투심을 느끼고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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