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전한 언론 메시지 [왜냐면]

영화 ‘암살자(들)’ 속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박해일)이 선언문을 낭독할 때의 모습.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김재홍 |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왜곡을 써서 하늘에 베이느니 진실을 써서 권력에 베이겠다.”

영화 ‘암살자(들)’에 등장하는 대사다. 언론인들이 체감할 만한 임팩트 있는 언론 메시지라 할 것이다. “언론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케 한다”는 금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언론 경구다. 진실 보도가 목표라면 언론 자유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가치라 할 수 있다. 요즘엔 언론 자유는 십이분 만개했으나 그것을 누리는 만큼 상응한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지 못해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진실 보도 또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다. 언론의 자유는 그것에 상응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수준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명제는 1947년 미국의 허친스위원회 보고서가 공표한 핵심 내용이다. 그것이 충족되기 위해선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의 언론 발전사는 과거 독재권력의 검열, 간섭, 탄압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사였다. 단적으로 권력에 의해 자행된 두 차례의 언론인 강제해직이 그것을 웅변한다.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아래서 1974년 10월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외친 기자들이 대량 해고당한 것이 첫 번째 흑역사였다. 영화 ‘암살자(들)’은 이것을 1974년 문세광 사건의 의혹들을 파헤치는 기자들로 픽션화했다. 두 번째 강제해직은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을 보도하기 위한 언론투쟁에 대해 전두환 내란 집단의 보안사가 직접 자행한 국가폭력이었다. 당시 해직언론인들은 내란 집단에 대항해 광주 참상의 진실보도를 위해 검열 및 제작 거부 투쟁을 벌였으며, 보안사는 해직대상자 명단을 전국 언론사에 내려보냈다.

이제 권력에 대항한 투쟁으로 얻은 언론 자유는 좀 더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언론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의 언론 선택권이 보장돼야 적극적 언론 자유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언론 시장의 독과점적 지배가 개선돼 다양성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언론 자유란 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의 언론개혁 기구였던 귄터위원회가 1968년 발표한 보고서는 한 언론그룹의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이면 남의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고 보았다. 그것이 40%를 넘어서면 이미 남의 언론 자유를 직접 침해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했다.

두 차례의 언론인 강제해직으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일시 퇴색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회복시키려는 노력 중 하나가 영화 ‘암살자(들)’과 같은 문화예술의 창작활동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확립된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일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에 대해 어떻게든 상영을 금지하겠다며 압박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심지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에 찾아가 위협적 항의 시위를 벌이고 영화 제작을 후원한 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엄포하는 시민도 등장했다. 영화 속의 옛 중앙정보부가 하던 창작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특정 이념집단이 대행하고 나선 형국이다.

나치의 반인류 범죄들을 고발하고 역사 교훈으로 널리 공유하기까지는 유럽의 영화, 소설 등 문화예술인들의 공로가 매우 컸다. 이에 비하면 일본 식민통치나 한국 독재권력의 잔혹사에 대해서 한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영화 ‘암살자(들)’을 기획 제작한 김원국씨가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들을 보면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하얼빈’ 등 근현대사의 뒤안길이나 시대상 고발을 주제로 삼았다. 문화예술인의 이 같은 창작 활동이야말로 어두웠던 과거사의 청산과 역사정의 바로 세우기를 위해 헌법적 기본권 이상으로 보장해야 할 가치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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