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어떨까.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는 3분기 성장률을 연율 3.6%로 제시하고 있다. 잠재 성장률 2%를 훌쩍 웃돈다. 실업률 역시 4.1~4.3% 안팎으로 완전고용에 가깝다. 그런데도 각종 예측 사이트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 배경엔 경제 성장률과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 괴리가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연간 3.7%에 달한다.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35%나 뛰었다. 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은 수개월째 마이너스다.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내 집 마련이 20년 만에 가장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국 자산 상위 0.1%가 보유한 총자산은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약 15%에 달할 정도로 부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산업 구조도 불균형하긴 마찬가지다.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건 기업 투자인데 업종별 흐름은 크게 엇갈린다. 인공지능(AI) 투자는 두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지만 나머지 업종은 1% 성장이 고작이다. 증시에서도 일부 기술주만 고공행진을 할 뿐 대다수 업종은 제자리를 걷는다.
AI 기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다.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크다. 트럼프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라고 주장한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한다.
이처럼 지금 미국 경제의 문제는 호황이냐 불황이냐가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느냐와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느냐의 간극이 중요하다. 성장률은 괜찮은데 막상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 한국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국 유권자들이 표로 묻는 것은 성장률 그 자체가 아니라 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느냐다. 지표 이면의 삶을 살피지 않는 정치가 마주할 결과는 어느 나라에서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