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못 믿겠다" 열흘새 국내 채권 1조원 순매수…美국채도 넉달 연속 '사자'
서학개미, 반도체 3배 레버리지 3조원 사들여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코스피가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500선까지 밀렸던 가운데 이 기간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 금액도 누적 3천억원에 달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내외 채권에 대한 매수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1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합산 2천98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4일(893억원), 15일(805억원)에는 반대매매 금액이 800억원대에 달했다.
반대매매는 주식 거래에서 증거금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제 청산 규모를 말한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동의 없이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하게 된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갚을 여력이 줄어들자 강제청산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554.22까지 내려왔다. 다만 이후 16일에는 8거래일 만에 반등해 5,668.05에 장을 마쳤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15일 기준 96조9천121억원으로, 지난 6일(101조486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한국 채권 시장 [챗GPT 제작]
대신 국내외 채권 시장에는 자금이 계속 몰렸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 1∼16일(총 10거래일) 기준 1조1천617억원으로, 전월 같은 기간(1∼14일) 2조967억원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달 월간 개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4조225억원으로, 2024년 4월(4조5천273억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국채도 4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이달(조회일 기준 1∼15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12억1천만달러(약 1조6천13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6월 1억6천600만달러 순매도에서 7월 8억8천8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한 후 이달까지 '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전월(10억달러)의 3.5배 수준인 35억달러(약 4조7천201억원)였다.
국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서학개미는 지난 한 주간 미국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속슬'(SOXL)을 가장 많은 26억13만달러(약 3조4천659억원)를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를 3배로 추종하는 ETF인 '코루'(2억3천536만달러),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1억344만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국내 증시와 반도체 업종이 약세를 보이자 오히려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증권 박성진 연구원은 "ETF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대표 지수형 상품들을 코어(Core·핵심) 포지션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금리와 실적 방향성의 판단에 따라 '위성' 포지션을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