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형수 총살형’ 생중계 철회…일주일이나 지나 결정

2009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수감된 니달 하산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한 전직 미 육군 소령의 총살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세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등 미국 안팎에서 비윤리적이라고 비판을 받은 공개 처형 계획을 발표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거둬들인 것이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높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반역자로 변절한 전 미 육군 소령 니달 말릭 하산은 태아와 함께 숨진 임신한 군인을 포함해 13명을 살해하고 32명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힌 매우 나쁘고 사악한 인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처형 장면을 생중계하여 모든 사람이 보게 하는 것이 미국이 테러리스트와 하산과 같은 인간 쓰레기를 어떻게 처단하는지 전 세계가 목격하게 함으로써 강력한 억제책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선량하고 뜻있는 많은 분들은 생중계나 다른 영상 매체를 통해 그의 죽음을 지켜보지 않는 편을 선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는 예정대로 총살형으로 사망할 것이나, 이 과정이 생중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피해자 유가족들이 원할 경우 직접 현장에서 처형을 참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생중계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여론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 입소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총살형 집해에는 찬성(53%)이 반대(42%)보다 많았지만, 이를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의 80%가 반대했다. 미국 의회 등 각계에선 사형 생중계가 비인권적일 뿐만 아니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하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텍사스주 미군 기지 포트후드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무슬림 니달 말릭 하산(당시 소령)에 대해 미군의 총살형 집행을 이달 초 승인한 바 있다. 이에 지난 8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하산에 대한 총살형을 오는 12월3일 생중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유럽연합에선 지난 12일 메타와 엑스,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총살형을 생중계하면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도 지난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고, 교황청 국무원장은 생중계 방침에 대해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산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앞두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생적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참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공격으로 기록됐다. 하산을 사형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면, 1936년 백인 여성 성폭행 혐의로 켄터키주에서 교수형이 공개된 흑인 남성 레이니 베시아 사례 이후 90여년 만에 처음이 되는 상황이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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