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 인식…정당행위로 볼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비화폰 전자 정보 삭제 등의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5.21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2-2부(조진구 김민아 이승철 고법판사)는 14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박 전 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박 전 처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다르게 박 전 처장이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할 당시 증거인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봉식의 비화폰이 삭제될 당시 해당 전자정보가 윤석열 등 내란 형사사건 증거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홍장원, 윤석열의 전자정보 역시 형사사건의 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처장이 비화폰 정보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삭제 조치를 승인해 증거인멸 결과 발생을 용인했다고 봤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에서 공개되면서 대통령의 비화폰 아이디가 노출됐고, 이에 따른 보안 조치를 취했다는 박 전 처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안사고 방지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삭제 조치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인멸 행위로 형사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범행 경위와 피고인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비화폰 삭제를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주도하지 않은 점 등은 양형에 고려했다.
박 전 처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를 '원격 로그아웃'을 통해 임의로 삭제한 혐의로 작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전 처장에게 증거인멸 고의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사후적으로 더 바람직한 방법이 있었다고 해서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실무자의 건의를 받고 국정원장과 협의 후 조치한 점을 고려하면 증거인멸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처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은 오는 28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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