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 차고 난동·워치 차고 피살"…기기 의존 보호체계 '구멍'

흉기소지 입건 일주일 뒤·보호관찰관 면담 70분 만에 인천서 칼부림 급습

방전에 무용지물 된 스마트워치…"기만적 대책, 폐지해도 무방"

가해자 가두는 유치 신청 12% 불과…"격리 회피하는 기술 만능주의가 화 키워"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김지원 기자 = 범죄자를 감시하는 '전자발찌'와 피해자를 보호하는 '스마트워치'가 연이은 흉악범죄 앞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가해자의 위치만 파악하거나 피해자의 사후 신고에 의존하는 기기 중심의 '간접 통제' 방식으로는 범행을 막는 데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격리 조치로 보호 패러다임을 전면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속 인천 흉기 난동범
(인천=연합뉴스)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이용객 8명이 다쳤다. 사진은 건물 2층 식당가 폐쇄회로(CC)TV에 담긴 피의자 범행 모습. 2026.10.1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oodluck@yna.co.kr

◇ 8명 찌른 칼부림에도 '규정 위반 없음'…전자발찌의 역설

14일 경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가에서 양손에 테이프로 흉기를 묶은 채 무차별 난동을 벌여 시민 8명을 다치게 한 A(59)씨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역설은 A씨가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벌였음에도, 범행 순간까지 전자발찌 착용 규정을 단 하나도 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2015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높은 재범 위험성 탓에 2029년까지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A씨에게 부과된 주요 준수사항은 심야 시간대(오전 0∼6시) 외출 제한과 정신과 치료 이행 등이었다.

A씨가 대낮에 전자발찌를 훼손하지 않은 채 상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다 보니, 8명이 피를 흘리는 참극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법무부 관제 시스템에는 한 번의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

서류와 시스템상으로만 보면 A씨는 규정을 모두 지킨 정상 관리 대상자였던 셈이다.

실제 범행 직전까지 이어진 대면 감시망도 A씨의 범행 의도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외부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받은 뒤 보호관찰관과 35분간 면담하고 낮 12시 30분까지 함께 점심 식사까지 하며 복약 검사를 마쳤다.

그러나 보호관찰관과 헤어진 지 불과 70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의 사전 대응 역시 겉돌기는 마찬가지였다.

A씨는 범행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1인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살인미수 전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푯말에 구멍을 뚫으려 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흉기만 압수한 채 돌려보냈다.

전자발찌가 대상자의 위치와 기계적 규정 준수 여부는 확인할 수 있어도 흉기 난동 같은 물리적 위해까지는 통제할 수 없다는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CCTV 속 인천 흉기난동 피의자
(인천=연합뉴스)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이용객 8명이 다쳤다. 사진은 건물 2층 식당가 폐쇄회로(CC)TV에 담긴 피의자 모습. 2026.10.1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oodluck@yna.co.kr

◇ '과도한 기대' 심어준 스마트워치…급습·방전에 무용지물

피해자 보호의 핵심 수단으로 포장돼 온 스마트워치 역시 일선 현장에서는 최후의 방어막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위급 상황을 인지한 뒤 직접 버튼을 눌러야만 작동하는 '사후 신고기'에 불과해 기습 범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1년 1만1천여 건에서 지난해 2만2천여 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으나, 워치를 지급받고도 살해당하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는 스토킹과 교제폭력을 여러 차례 신고해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던 40대 여성이 주거지 인근에서 잠복해 있던 60대 전 연인의 흉기 공격에 워치 버튼조차 누르지 못하고 숨졌다.

가까스로 신고하더라도 물리적 시간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지난달 1일 경기 광주시에서는 이혼 소송 서류로 주소가 노출된 30대 여성이 찾아온 남편의 공격을 받자 즉시 스마트워치를 눌렀으나, 경찰 도착 전 어린 자녀 앞에서 숨졌다.

지난 7월 성남시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교제폭력 살인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긴급 버튼을 눌러 경찰이 불과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범행이 끝난 뒤였다.

흉기 살해 등 치명적 공격이 이뤄지는 데는 1∼2분 남짓이면 충분한 데 반해 경찰 출동에는 최소 수 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 탓이다.

여기에 기기 관리의 부담을 온전히 피해자에게 지우는 현실까지 겹치고 있다.

경찰이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한 번 완충해도 최장 3일이면 배터리가 닳는다.

언제 습격당할지 모르는 공포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수시로 충전 상태를 챙기기는 쉽지 않다.

실제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20대 남성의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아내가 받은 스마트워치는 배터리가 방전돼 먹통이었고 경찰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국이 전자장치 등에 대해 처음부터 과도한 기대를 심어줬고 그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해 왔다"며 "스마트워치는 실제 효과보다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사실상 폐지해도 무방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존속 살해' 20대 남성, 손에 피 묻힌 채 송파서로 송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송치되고 있다. 가정폭력과 이혼소송으로 별거중이던 A씨는 아내의 은신처를 찾아가 장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가 7시간 만에 강원도 양양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11 hwayoung7@yna.co.kr

◇ "구속·유치 회피하는 기술 만능주의…물리적 격리 우선돼야"

참극이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제도 공백을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를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가해자의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찰청은 오는 19일부터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안전조치 현황을 전수 점검하고, 전산을 통해 스마트워치 전원 꺼짐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안을 매뉴얼에 반영하기로 했다.

법무부 역시 전자감독 관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 지도·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과 경찰청 112시스템을 연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공유하는 등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속이나 유치 등 가해자를 격리할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당국이 이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면서 기계 장치에만 의존하는 '기술 만능주의'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스토킹처벌법상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유치)' 신청 비율은 지난해 기준 12.7%에 불과하다.

한 교수는 "정부가 구속이나 유치 등 근본적인 가해자 격리는 회피한 채 장치만 채워놓고 기술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만능주의적 착각에 빠져 있다"며 "전자발찌는 해외에서도 범죄 예방이 아닌 사후 소추를 위한 추적 수단으로 쓰일 뿐, 기술 자체가 사람의 행동을 교정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치밀해지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방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는 대신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고위험군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쪽으로 대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피해자가 특정된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접근금지 명령과 연계해 일정 거리 이내로 다가오면 경찰에 자동 경보가 울려 즉시 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정도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흉악 사범은 애초에 사회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며 "반복적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기 위해 과거 시행했던 보호감호제도 재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워치(CG)
[연합뉴스TV 제공]

stop@yna.co.kr

z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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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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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정#PDJw
    2026.10.1416:59
    저런 인간은 세상에 못나오게 했어야됨 죄없는 사람들만 죽고 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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