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질병이어도 어디서 업무상 재해 심사를 받는지에 따라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가 많게는 30%포인트까지 편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 기준을 보완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이나 사건별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격차가 누적되면 결국 공단 판단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심사청구·행정소송 등과 같은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1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속기관별 업무상 재해 신청·승인 및 처리기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질병재해 신청이 100건 이상을 기록한 64개 지사의 승인율이 지역에 따라 27.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승인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로 68.6%, 가장 낮은 곳은 양산지사로 41.2%였다. 평균 처리 기간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고양지사는 평균 103일로 가장 짧았고, 부산지역본부는 4배 이상 긴 430일로 평균 처리 기간이 가장 길었다.
같은 질병도 지역별 편차가 존재했다. 올해 8월까지 근골격계 질환 재해 신청이 50건 이상인 64개 지사 가운데 승인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서부지사로 46%를 기록했다. 반면 태백지사는 76%, 목포지사는 73.1%의 높은 승인율을 기록했다.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상 재해 평균 처리기간은 전국 평균 132일이다. 지난해보다 두 달 가까이 짧아진 수치지만, 지사별 차이는 여전히 3.6배까지 벌어졌다. 광주지역본부(72일), 경인지역본부(73일), 제주지사(77일)에서는 산재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세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태백지사(262일), 서울남부지사(233일), 서울동부지사(226일), 강릉지사(221일)에선 7개월 이상 걸렸다.
이러한 지역별 편차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재 상당인과관계의 규범적 판단기준 법제화를 위한 증언대회 및 전문가 토론회’에서 “지역별 산업구조와 사건구성이 다르므로 인정률 차이 자체를 오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러한 차이가 반복된다면 질병, 직종, 연령, 노출기간 등을 보정한 표준화 인정률을 산출해 사건구성의 차이인지 판정 관행의 차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도 숙제다. 김 교수는 “의학위원은 상병명 확인을 넘어 자연경과와 감별진단을 평가하고,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는 노출경로·강도·복합노출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의원은 “판단 기준이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불승인된 노동자는 심사청구와 행정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와 공단 모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분쟁만 늘어난다. 격차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