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사진이 드러낸 민주당의 맨얼굴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정애

논설위원

#1. 8월19일,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 뒤 7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치열했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이뤄진 만찬이었다. 사진 속엔 김민석 당대표와 당대표 후보였던 정청래·송영길 의원 그리고 한병도 원내대표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이 건배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7장의 사진 가운데, 정 대표의 웃는 얼굴이 담긴 사진은 단 3장뿐이었다. “웃음이 나오겠냐. 정청래 빼면 모두 ‘김민석 대표’ 선출을 바랐던 사람들인데. 전대에서 패배한 정청래를 위로하며 화합을 다지는 게 아니라, 패장을 둘러싸고 승리를 자축하는 그림을 만들어놨다.” 정 전 대표 측근 인사가 이렇게 말했다.

#2. 9월18일, 정청래 전 대표가 “극심한 오한과 발열로 3일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며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워 있는 자신의 사진 4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몇 시간 뒤,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 전 대표 쪽에선 “전날 본회의에 안 나온 걸 두고 말들이 많아 사진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친이재명계 쪽에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날, 정 전 대표가 굳이 ‘나 아프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의도가 뭐냐”고 했다.

#3. 10월1일,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4시간 만찬을 했다’며 기자들에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사진 1장을 제공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날이었다. 청와대는 “국정 현안과 당내 사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자료까지 냈지만, 정 전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틀 뒤. “청래 좀 고만 괴롭히시라”는 누리꾼의 글을 인용하며 이 대통령이 “오해나 곡해 말라”고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 전 대표는 “홀대받은 것 없다”며 “뭉쳐야 산다. 단합하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백마디 말보다 사진 1장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말이 있다. 공개된 세번의 사진이 드러내는 건, 입으로는 ‘화합’을 외치지만 여전히 ‘불화’하고 있는 민주당의 맨얼굴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여권 내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와 추미애 경기지사가 공개 설전을 벌이고, 정치평론가 유시민씨와 방송인 김어준씨,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해 사방으로 전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급기야 이 대통령까지 직접 참전했다.

전선이 갈린 지점은 ‘대통령이 생각했던 검찰개혁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인식이다. 특히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 문제는 사생결단의 대격전이 벌어지는 최전선이 돼버렸다. 한쪽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유시민), “사랑의 시기는 끝났다”(김어준)고 포화를 퍼부어대자, 다른 쪽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전조와 비슷하다”(김민석),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재명)이라는 반격의 불을 뿜었다.

한쪽은 ‘검찰권 남용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하여 실효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구도다. 또 “선명성 경쟁하다 개혁이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호소와 “신중하려다 타이밍과 여론을 모두 놓쳐서 실패한다”는 고언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양쪽이 하는 말 모두 명분이 있고 타당한 지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적’이라 칭하지 않으니 조용히 마주 앉아 차이를 좁혀가면 될 터. 그렇게 하지 않고 공개전을 펼치는 건, 서로가 서로를 근본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2022년, 2025년 세차례 대선을 거치며 쌓여온 불신이 12·3 내란 사태로 잠복했다가, 이제서야 터져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을 아무리 ‘개혁 방향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라는 말로 포장해본들 국민들에게는 정국 운영 주도권 다툼, 차기 공천권 나아가 미래 권력을 다투는 권력 싸움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긴들 국민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의 ‘반성’ 기자회견 이후에도 국정수행 지지도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율마저 하락한 것은 국민적 피로감과 냉소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나라는 성장한다는데 왜 내 삶은 그대로, 아니 왜 더 나빠졌느냐”고 줄기차게 묻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혁’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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