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외교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언급하면서 ‘총리’라는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얼어붙은 중·일 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핵무기 관련 논의를 비판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총리 직함을 뺀 채 ‘가오스 자오먀오’(다카이치 사나에의 중국어 발음)라고 불렀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에 공개된 브리핑 기록에도 ‘일본 총리’라는 직함은 빠졌다. 이는 궈 대변인이 실수로 ‘일본 총리’를 생략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에는 그를 ‘일본 총리’라고 불렀다. 하지만 취임 한 달 뒤인 11월 초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일본 총리나 다카이치 총리라는 언급 없이 ‘일본 집권 당국’, ‘일본 현직 지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유엔 헌장 ‘적국 조항’ 삭제 요구를 비판하면서 ‘일본 현 정권’이라고 지칭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이를 일본에 대한 외교적 ‘강등’이라고 평가했다. “손님을 귀빈실에서 복도로, 다시 로비 밖으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예의도, 체면도 남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1~2006년 재임 중 6년 연속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을 때도 중국 외교부가 ‘일본 총리’ 또는 ‘고이즈미 총리’라는 호칭을 유지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과거 중-일 갈등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거나 중국의 대일본 태도 자체가 한층 강경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달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중-일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성도일보는 다카이치 총리의 참석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