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스라엘행 항공편을 추락시키려다가 승객들에게 제지당한 여객기 조종사가 과거 ‘극단주의 성향’ 탓에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소셜미디어에서는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를 찬양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물들이 확인됐다. 다만 수사 당국은 그가 무장단체 등과의 연계 없이 독단으로 일을 벌였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3일(현지시각) 시엔엔(CNN) 방송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는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플라이두바이’ 여객기를 급강하시킨 부기장의 신원이 오만 국적의 하맘 알함마미(29)라고 보도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오만인 아버지와 시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랍에미리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오만 국적을 얻었다.
에이피(AP) 통신은 걸프 국가 외교관 등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알함마미가 과거 오만 국영 ‘오만항공’에 취직했지만 극단주의적 견해를 가졌다는 우려를 사 항공기 조종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상 근무 행정직으로 전보됐다가 지난해 사직했다. 그가 어떤 극단적 성향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알함마미는 지난해 모로코 항공사 ‘로열에어모로코’에서 3개월 간 채용 심사를 거친 끝에 탈락했고, 올 2월 아랍에미리트의 저가항공사 플라이두바이에 입사했다.
한 걸프 국가 외교관은 에이피에 “(플라이두바이가) 형사 범죄 이력을 중심으로 지원자 보안검사를 했을 뿐 급진화 징후 등 지원자의 배경은 깊이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알함마미는 플라이두바이에서 8개월 근무하다가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
실제로 그는 알카에다 지지 영상 등을 인터넷에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엔엔에 따르면, 사건 9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알함마미의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오사마 빈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를 이끌었던 아이만 알자와하리와 후맘 칼릴 알발라위의 영상이 게시됐다. 알발라위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여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등 9명을 살해한 인물이다. 영상 배경에는 ‘굴욕을 거부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시가 낭송됐다. 그가 사전에 영상을 예약 게시해두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그가 2021∼2022년 쓴 옛 트위터(지금의 엑스) 계정에서는 이슬람 율법 등을 구실로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대거 발견됐다. 알함마미는 한 글에서 ‘자신이 결혼할 여성들에게 니캅(눈만 드러내는 두건)을 착용하고, 결혼 뒤엔 직장을 그만두라고 요구해 어머니가 신붓감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고 썼다. 다른 게시물에선 자신이 여성과 대화할 때는 그가 ‘매춘부’인지를 떠보며, 1주일이 지나면 어느 누구도 자신과 더는 말을 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신병을 인도받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4개국 보안기관은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 협조를 받아 알함마미의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3일 하마드 사이프 알샴시 아랍에미리트 검찰총장은 그가 사건 당시 조종실에 비치된 “비상용 도끼를 이용해 기장을 공격했고 항공기 조종권을 빼앗으려 했다”며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다만 걸프 국가 한 외교관은 “진행 중인 조사에서 (알함마미와) 무장단체와의 연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그가 단독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에이피에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변수로 떠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의 극우 성향 장관들은 이를 이슬람 테러리스트 조직의 공격으로 못 박으며, 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기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엑스에 “그(알함마미) 뿐 아니라 그를 보낸 모든 국가나 테러 조직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허술한 항공 보안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스라엘은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 국적의 조종사가 자국행 항공편을 몰지 못하도록 외국 항공사들과 협약을 맺었지만,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지 않은 오만 국적의 알함마미를 거르지 못한 탓이다. 야당인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같은 날 “위험한 순간에 비범한 용기를 발휘한 (조종사를 저지한) 국민들이 자랑스럽다”면서도 “동시에 저는 이 영웅적 행동을 이용해 값싼 점수를 따려는 정부의 비열한 시도를 경멸한다”고 엑스에 썼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