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한 번 못 던지고 탈락" 비 때문에 8강 취소→결국 4팀이나 떨어졌다... '탈락' 네팔 현지 분노 "어떻게 올라갔는데" [아이치 나고야 AG]

네팔 크리켓 대표팀. /사진=온라인 카바르 캡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크리켓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비 때문에 8강 4경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홍콩, 네팔, 말레이시아가 제대로 승부조차 펼쳐보지 못한 채 탈락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한국시간) "비가 아시안게임 일정을 계속 방해하면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가 남자 크리켓 준결승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네팔, 방글라데시는 말레이시아와 각각 8강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고야에 위치한 코로기 스포츠파크에 계속 비가 내리면서 두 경기 모두 단 한 공도 던지지 못한 채 취소됐다.

전날 열린 8강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홍콩전 역시 비와 젖은 그라운드 탓에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회 남자 크리켓 8강 4경기가 모두 우천 영향을 받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결과 네팔과 말레이시아, 아프가니스탄, 홍콩이 탈락했다. 승패를 가른 것은 경기력이 아닌 랭킹이었다.

아시안게임 크리켓 경기 규정에 따르면 녹아웃 경기가 비로 완전히 취소돼 결과를 낼 수 없을 경우 랭킹이 높은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가 자동으로 4강에 올랐다. 반대로 아프가니스탄과 홍콩, 네팔, 말레이시아는 제대로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특히 네팔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네팔은 조별리그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꺾고 A조 1위를 차지했다. 경기장에서 직접 승리를 만들어내며 8강 진출권을 따냈지만, 정작 스리랑카와의 8강에서는 공 한 번 던지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네팔 현지 매체 온라인카바르는 "잘못 친 샷도 없었다. 놓친 캐치도 없었다. 전술적인 실수도 없었다. 심지어 토스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팔은 아프가니스탄을 꺾고 A조 1위를 차지했다. 경기장에서 직접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 자격을 얻었다"며 "하지만 8강전이 취소되자 네팔이 그곳까지 올라오기 위해 쏟은 노력은 갑자기 별 의미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더 커지는 이유는 대회 구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는 랭킹을 기준으로 처음부터 8강에 직행했다. 반면 네팔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조별리그를 치러 남은 8강 진출권을 확보해야 했다.

네팔은 이 과정을 직접 거쳐 8강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또다시 랭킹이 승패를 결정했다.

상위 랭킹 팀들은 랭킹 덕분에 8강에 직행한 데 이어, 우천 취소 상황에서도 같은 기준의 혜택을 받아 4강에 오른 셈이다.

온라인카바르는 "네팔은 경기장에서 8강 진출권을 따냈다. 그러나 8강에서는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이 같은 구조의 문제점을 짚었다.

비에 젖은 크리켓 경기장. /사진=온라인 카바르 캡처개최국 일본의 크리켓 인프라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카바르는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고도로 발전한 국가이지만 크리켓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종목"이라며 "크리켓 시설 역시 이 종목의 인프라가 깊게 자리 잡은 국가들과 반드시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우천 영향을 받은 경기에서는 경기장 전체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비가 내리고 그라운드가 젖으면 경기를 다시 시작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단순히 랭킹 규정의 공정성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대회 운영 방식과 빠듯한 일정, 경기 규정, 인프라 문제가 모두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장 관계자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대회 스포츠 디렉터 재러드 시어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조직위원회는 기존 야구장을 크리켓 경기장으로 바꾸는 데 꼬박 1년을 들였지만, 정작 비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어러는 "크리켓은 야구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면 경기를 할 수 없다"며 "내 인생 1년을 여기에 쏟았는데 비가 온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스퀴지와 대형 빗자루, 스펀지 등 각종 장비를 총동원해 남은 경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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