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자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관세와 무역 협정 등으로 주권을 침해하려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고 다른 국가들로 협력 관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27일(현지시각) 공개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한 적이 있나’란 질문에 “총리는 극단적인 위험(테일 리스크)을 살펴볼 책임이 있다.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특정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일부 인정했다.
다만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대화한다. 무역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수차례 통화했다”라며 “수화기를 들고 직설적으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관계고, 그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 투자 약속, 광범위한 무역 협정 등으로 국내의 정책을 변경하는 조처들을 따라가면 결국 주권 문제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수사적이긴 했지만 우리의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었고, 우리의 경제적 주권을 침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우리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에만 의존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변화하고, 다른 곳에 더 넓고 깊은 파트너를 두지 않는다면 협박당하고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우린 그런 위치에 처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국외 파트너십을 다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카니 총리는 미국의 스타링크나 F-35 전투기 이외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스타링크가 관련국들의 주권·요구와 무관하게 위성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던 점을 들며 “스타링크로부터의 다변화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어떤 일은 한번 목격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8년에 캐나다 위성통신 기업 텔레셋(Telesat)에서 저궤도 위성군을 발사한다고 소개하며 “한국과 유럽 등 다른 파트너들과 힘을 모으면 국방에서 규모를 확보하고 대미 의존성을 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미국 달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신의 지론도 다시 강조했다.
대신 카니 총리는 유럽·중국과 관계를 깊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중국과 캐나다산 농수산물 수출과 중국산 자동차 수입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 협력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며 “청정에너지와 금융에서는 협력하겠지만, 인공지능이나 국방 측면에서 깊은 협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동맹인 중견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위치에 있어, 한국 정부는 캐나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왜 더 많은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당신의 모델을 따르지 않는가’란 질문에 “존중을 갖추되 싸울 자리를 가려내야 한다”라며 “시진핑, 모디(인도 총리), 트럼프 앞에 앉아서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간 통합이 강요의 수단으로 악용될 때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기에 우리는 미국에 오히려 더 나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