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최고 환대' 받고 돌아온 시진핑…갈등 봉합보단 '안정 관리'

'무역 휴전' 연장과 정상외교 복원 성과…대만 문제엔 레드라인 강조

한반도 문제도 트럼프와 대화 테이블에…전략경쟁 속 갈등 관리에 방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박 3일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미중 갈등의 확전을 막을 안전판도 일정 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례적인 환대 속에 양국이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고 정상 간 소통을 이어가기로 한 데다, 시 주석이 '대만 독립 반대'를 공개 요구하며 중국의 레드라인을 분명히 한 점도 중국 측 성과로 꼽힌다.

다만 무역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방미는 미중 전략 경쟁의 방향을 바꿨다기보다는 당분간 충돌을 피하면서 경쟁을 관리하는 틀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중 정상과 배우자들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의 '이례적 환대'…中, '대등한 강대국' 관계 부각

시 주석의 이번 방중을 통틀어 중국 입장에서 가장 고무적인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도착 전부터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나가 맞았고, 영접 행사에서는 레드카펫과 예포에 이어 B-1 폭격기까지 동원됐다.

정상회담 뒤에는 시 주석과 백악관 잔디밭을 걸으며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 내부까지 직접 소개했고, 마지막 날에는 부부 동반 차담과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 일정도 함께 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환대에 "모든 것이 최고 수준으로 완벽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는 시 주석이 워싱턴에서 최고 수준의 의전을 받는 장면 자체가 적지 않은 외교적 자산이다.

특히 관세, 첨단기술, 대만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잇달아 서로를 국빈으로 초청하고 관계 안정 의지를 확인했다는 의미도 크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존중·공정·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오는 11월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정상 간 소통을 이어감으로써 미국의 대중 압박을 관리하고 미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막겠다는 중국의 구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무역전쟁 일단 멈췄지만…'2개월 휴전'에 구조적 갈등 여전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당장의 충돌을 피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양국 경제 수장은 오는 11월 10일 끝날 예정이던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비민감 품목의 관세 인하 등 여러 사안에서 중국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시 주석도 양국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고율 관세와 보복 조치를 주고받던 양국이 다시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은 일단 피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 장기간의 휴전 연장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2개월 연장은 제한적인 성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산업 보조금, 미국산 농산물 구매,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협상 대상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보는 첨단 AI 반도체와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무역 협상과 분리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는 28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한 무역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이 무역전쟁을 끝냈다기보다 다음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만엔 강수·AI는 대화…한반도 문제 中역할 변화 주목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 분야는 대만 문제였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정상회담 직후 이 발언을 공개한 것도 대만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놨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 반대'를 직접 요구하며 강수를 둔 만큼, 향후 미국의 대만 정책에서 중국의 압박이 이전보다 무게를 가질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핫이슈로 부상한 AI 분야에서는 협력과 경쟁,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드러났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AI를 잘 발전시키고 규제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며 AI가 사람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중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에게 통보하는 핫라인 구축을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기보다 기술 발전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둬 양국 정상의 시각차도 확인됐다.

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한 부분 역시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북미 대화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결정할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중국의 역할 변화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만약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4자 대화로 확대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이번 방미에서 시 주석이 가져온 가장 분명한 성과는 미중 간 현안 해결이라기보다는 전략 경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상외교를 통해 갈등을 관리하고 대화의 틀을 유지했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조회 374 스크랩 1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