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찾아낸 매국노 땅…이번엔 국고 환수 성공할까

'국가 귀속 요청' 105필지 소송 유보…친일파 이완용·조중응 재산도

친일재산 환수소송 승소율 96%…"현황 면밀히 파악해 철저 환수해야"

이토 히로부미와 친일파 3인이 쓴 휘호
이토 히로부미와 친일파 이완용, 송병준, 조중응이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휘호로 이토 히로부미는 '정신일도(精神一到)', 이완용은 '산하무성(山河無聲)', 송병준은 '천재명야(天載命也)', 조중응은 '묵불어(默不語)'라고 썼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독립운동가 후손과 유족 단체인 광복회는 2022년 3·1절을 앞두고 '정미칠적'과 '경술국적'에 이름을 올린 친일파 조중응(1860∼1919) 후손이 소유한 땅을 찾아냈다.

조중응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하고 고종 퇴위를 강요한 핵심 친일파로 꼽힌다. 이토 히로부미의 지원에 힘입어 이완용 내각의 법부대신이 된 뒤에는 항일의병 탄압과 강제병합 체결에도 앞장섰다.

광복회는 조중응 후손이 경기 남양주시 수석동의 임야 2필지를 물려받아 종중 명의로 갖고 있다며 국가 귀속을 요청했다.

총 11만6천500㎡(3만5천평) 규모로 당시 가격이 공시지가로 52억원이 넘는 땅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광복회의 국가 귀속 신청 두 달여 만에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소송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년간 광복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친일재산'이라며 국가 귀속을 요청한 토지 중 절반 이상(필지 기준)은 환수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 출범하는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이들 토지를 국고로 제대로 환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법무부와 광복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2016년부터 광복회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모두 190필지에 대한 환수 요청 민원을 접수했다.

법무부는 이 중 85필지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등 환수소송을 냈으나 나머지 105필지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 제기를 유보했다.

친일파 이완용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법무부가 소 제기를 유보한 친일재산에는 '매국노' 이완용(1858∼1926)이 1912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소유권을 취득해 손자에게 상속한 토지도 포함됐다.

광복회는 2021년 충남 아산시 영인면 구성리 362-10의 도로 용지 40㎡(12평)의 국가 귀속을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환수소송 제기 여부조차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2006∼2010년 활동한 1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이완용이 실제 소유했던 부동산이 2천234만㎡(약 676만평)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국가가 환수한 건 1만928㎡(3천306평)로 0.05%에 불과하다.

국가보훈부-법무부, 친일재산 환수 재개 정책협력 논의
(서울=연합뉴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8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를 방문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친일재산귀속법 재제정안 입법을 위한 정책 협조 논의를 하고 있다. 2026.3.18 [국가보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올해 연말부터 친일재산조사위가 재가동되면서 그간 환수 작업이 유보된 토지들도 본격적으로 다시 살펴볼 전망이지만 현황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일재산조사위 준비단은 이들 소송 제기가 유보된 친일 재산 등을 기준으로 환수 규모가 최소 32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친일 재산 의심 토지에 대한 환수 요청 처리 현황'을 묻는 서영교 의원실 질의에 "전체 환수 요청 현황은 별도의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개별 사안별로 친일 재산 해당 여부와 환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친일재산조사위 준비단도 "민원별 친일재산 해당 여부와 국가귀속·환수 가능성 등에 관한 법무부의 개별 검토 자료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1기 조사위가 활동을 종료한 뒤 법무부가 현재까지 맡은 친일 재산 환수 소송은 모두 108건에 이른다. 판결이 확정된 105건 중 국가가 이긴 소송은 101건(일부 승소 포함)으로 전체 승소율은 96.1%에 이른다.

나머지 3건은 현재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신우선·박희양 후손에게 제기한 소송으로 소송가액은 모두 133억원에 이른다.

친일재산조사위는 후손이 이미 친일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그 대가를 국가에 귀속시킬 계획이다.

숨겨진 친일 재산을 찾기 위한 신고 포상금 제도도 도입했다.

서영교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어렵게 찾아낸 친일재산을 국가가 자료 부족을 이유로 외면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무부와 친일재산조사위는 소송이 유보된 105필지 전체를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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