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바다서 프리다이빙 연습 중 사고 추정…세수 76세
봉은사서 1천일 1천배 기도…조계종 비판하다 승적 박탈당하기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제주=연합뉴스) 고미혜 박지호 기자 =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스님이 22일 입적했다. 세수 76세, 법랍 52년.
대한불교조계종과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스님은 이날 오전 9시 38분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채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0시 28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구조 당시 착용한 장비 등으로 미뤄 프리다이빙 연습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법구는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명진스님은 수행승으로뿐 아니라 불교계 안팎을 향해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50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한 명진스님은 1969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한 후 1974년 탄성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출가 후 구족계를 받기 전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을 주도했으며, 제11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1998∼2002년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고, 2006∼2010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주지를 지냈다.
주지 시절 봉은사를 도심 속 수행도량으로 복원하기 위해 2006년 12월부터 2009년 8월까지 1천 일 동안 매일 세 차례에 걸쳐 1천 배 기도를 했다. 봉은사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파격적인 개혁 행보도 이어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약자와 함께하는 모습도 보였다. 2009년 용산참사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위로하고 연대했다.
동시에 조계종 총무원 지도부나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봉은사 주지 시절에도 당시 자승 총무원장과 이명박 정권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등 날을 세웠고, 이 때문에 당시 국정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등을 둘러싼 총무원과의 갈등 속에 주지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인터뷰와 법회 등을 통해 총무원 지도부를 향해 비판 발언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2017년 승적 박탈 징계를 받았다.
이후 명진스님이 낸 징계 무효 소송에서 1·2심 재판부 모두 스님 손을 들어줬고, 올해 초 조계종과 명진스님이 서로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되고, 승적이 회복된 상태다.
세수 일흔이 넘긴 나이에 프리다이빙에 입문해 최근 몇 년 사이엔 5월부터 12월까지 제주 남선사에서 머물며 프리다이빙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은 "스님이 3분 이상 숨을 참아야 하는 수심 20m 잠수에 도전하시면서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하셨다"며 "수행자로서 두려움의 근원을 찾아 직면하고 극복해 깨달음에 이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조계종 선명상위원장 금강스님은 페이스북에 20여일 전 스님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며 "무산소 바다 20m를 말씀하시더니 기어코 바다에서 입적하셨다"고 애도했다.
현재 조계종과 스님 소속 교구본사인 법주사, 제주 남선사 등이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