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 군기지 공습 후 튀르키예와 사흘째 신경전
시리아 둘러싸고 중동 내 새로운 긴장 구도

2024년 12월 7일 시리아 이들리브 동부에 위치한 아부 주후르 공군기지에 퇴역한 시리아 공군기들의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이스탄불=연합뉴스) 김상훈 김동호 특파원 = 중동 내 새로운 긴장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생한 시리아 공군기지 피격 사건을 두고 사흘째 신경전을 이어갔다.
시리아 내 튀르키예 군사력 증강을 의심해 공습을 감행한 이스라엘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그가 시리아에서 튀르키예를 위험한 모험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그 누구라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츠 장관은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이스라엘의 굳건한 결의를 시험하려 들기보다는, 차라리 튀르키예 의회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적인 수사나 계속 늘어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에서 튀르키예의 영향력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이스라엘군은 지난 18일 시리아 이들리브주에 위치한 아부 알주후르(알두후르) 공군 기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시리아가 이 기지에 튀르키예군의 배치를 허용해 '안보 현상 유지'를 위반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폭격 배경을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이러한 병력 배치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시리아에 거듭 경고했으나 시리아가 이를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팟캐스트 인터뷰에 나서 "우리를 위협하며 남하하는 튀르키예의 군사력 증강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튀르키예에 대한 메시지였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하며,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표적으로 삼은 불법적인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라고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국방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이나 공격 당시 알주후르 기지에 튀르키예 군사 대표단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부르하네틴 두란 공보국장은 "우리는 네타냐후처럼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려는 인물들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경험이 있다"며 "네타냐후와 같은 파렴치한의 피의 술수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두란 국장은 "네타냐후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향해 쏟아낸 위협과 거짓말은 갈수록 심해지는 그의 고립과 정치적 두려움, 그리고 망상을 여실히 보여줄뿐"이라며 "다가오는 선거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인 입장을 고수한다"고 비난했다.
오는 10월 말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를 결집하고자 무리한 군사행동을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튀르키예 국방부의 제키 악튀르크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이 지역이 더는 분쟁과 불안정에 휩싸이는 것을 막고 평화와 안보를 영구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고 안정과 안전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기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경고성 공습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미국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지역 안정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불필요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하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배럭 특사는 전날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인터뷰에서 18일 공습 상황을 두고 "튀르키예군은 이스라엘의 항공기가 시리아 기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과 목적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들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이었다"며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시리아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급속히 확대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배럭 특사는 외교적 대화를 통해 물리적 충돌을 예방해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분쟁 완화 기구를 재출범시키는 문제를 놓고 당사자들과 비공개 협의 중이며, 튀르키예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