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아르헨에서 '한식의 별' 일군 박파블로 셰프

중남미 첫 '한식 미슐랭 1스타' 교민 2세…"플랜B는 없었다"

어린 시절 김밥 도시락 설움 딛고 한식 파인다이닝 개척

중남미 최초 한식 미슐랭 1스타 '한'의 박파블로 셰프와 동료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중남미 최초 한식 미슐랭 1스타 한식당 '한'에서 오너 셰프 박파블로(왼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년 12월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문을 연 한식 파인 다이닝 '한'은 몇 개월 만에 미슐랭 가이드 추천 식당으로 선정되었으며, 올해는 미슐랭 1스타를 품었다. 2026.8.20 sunniek8@yna.co.kr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심장이 터질 듯한 감격이었습니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국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한'에서 만난 박파블로(37) 셰프는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처럼 어린 레스토랑이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는데, 이제 1스타를 받게 돼 그보다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인 교민 2세인 박 셰프는 남미의 대도시에서 한식을 현대적인 파인 다이닝으로 재해석해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한식 레스토랑으로는 중남미 최초의 미슐랭 1스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의 '한'은 주방을 둘러싸듯 손님들이 앉는 ㄷ자 형태로 설계돼 있었다. 벽면에는 대형 한복이 장식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크한 식당은 건축을 전공한 박 셰프의 또 다른 작품인 셈이다.

이날은 특별 행사가 열려 주방은 분주했다. 셰프와 조리사들은 코스마다 음식의 모양과 온도를 세심하게 확인하며 접시를 완성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식 파인 다이닝 '한'
['한' 레스토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셰프는 미슐랭 스타를 받기 전부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차분하고 겸손했다.

그의 부모는 1970년대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박 셰프는 이민 2세로 태어나 자랐다.

어릴 적 꿈은 건축가였다. 대학에서 건축과 요리를 함께 공부할 정도로 두 분야에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 요리를 택했다. 현지 요리학교에서 공부한 뒤 한국과 중국, 캐나다, 미국 등을 돌며 경험을 쌓았다.

결혼 후 가족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온 그는 한인 상권이 밀집한 플로레스 지역에 '교포'라는 식당을 열었다. 한국 전통음식에 아르헨티나 식재료와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했고, 김치버거 같은 메뉴도 선보였다.

'교포'는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한인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현지인들도 찾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박 셰프의 머릿속에는 다른 꿈이 있었다. 제대로 된 한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2019년부터 준비한 '한'은 팬데믹과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을 거치면서 개점까지 약 5년이 걸렸다. 마침내 2024년 12월 문을 열었다.

14개 코스로 구성된 고가의 파인 다이닝. 게다가 현지인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식이었다. 개업 초기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박 셰프는 "파인 다이닝은 대중적이지 않아 한계가 있고, 현지에서 한식이 아직 낯선 요리였지만,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열정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사력을 다해 달려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중남미 최초 한식 파인 다이닝 '한'
[촬영 김선정]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개업 불과 수개월 뒤인 2025년 '한'은 미슐랭 가이드의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한 단계 더 올라섰다. 202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새롭게 미슐랭 스타를 받은 유일한 레스토랑이 된 것이다.

이로써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레스토랑은 5곳으로 늘었다. 2스타를 받은 '아람부루'를 비롯해 '트레샤', 스테이크하우스 '돈 훌리오', 해산물 전문점 '크리지아'(Crizia), 그리고 박 셰프의 '한'이다.

박 셰프에게 별 하나는 성공한 식당 이상의 의미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수년간의 노력, 끊임없는 탐구와 시행착오, 배움, 그리고 저희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구축해 온 과정 전체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는 "어차피 플랜 B는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직원들과 함께 이뤘다는 자부심과 이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는 도시락으로 싸 간 김밥 때문에 현지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던 교민 2세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김밥과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시던 어린 시절의 음식은 이제 그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인 2세 박파블로 셰프. 그가 만든 '한'에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한국의 맛과 문화, 그리고 그 맛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단 오랜 꿈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직원들과 같이 기념사진 찍는 박파블로 셰프
['한' 레스토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niek8@yna.co.kr

조회 357 스크랩 0 공유 0
댓글 1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 리스트
  • KRWFPLQ#j6su
    2026.08.2010:54
    대단한 일이군요 앞으로 승승장구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