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재판서 "대검에도 '양념' 쳤다고 짐작" 증언
"엄희준, 전화로 9분여간 고함·욕…녹음할까 생각했다" 주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상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문지석 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안권섭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2.11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퇴직금 미지급 사건'으로 수사받던 쿠팡 측 법률대리인이 담당 검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려 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문지석 부장검사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엄희준·김동희 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수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 검사는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엄 검사와 김 검사가 쿠팡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한 당사자다.
그는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였던 2024년 6월 당시 차장검사이자 상급자였던 김 검사에게 쿠팡 사건에 대해 언급했고, 김 검사는 과거 자신이 비슷한 사건을 맡아 무혐의 처분했다며 "힘 뺄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같은 날 쿠팡 측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A변호사가 자신을 찾아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문 검사는 설명했다.
그는 "A변호사가 변론 말미에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했다"며 A변호사가 김 검사는 자신의 친한 동기 언니로, 자녀들이 같은 학교와 학원 다녀서 가족 모임도 하는 매우 친밀한 관계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문지석 검사는 이듬해 2월 A변호사가 사건 보고 라인에 있던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과 접촉한 후 자신을 다시 방문한 일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특검 측이 A변호사의 작년 2월 6일자 검찰청 출입 내역을 제시하며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을 방문한 사실을 알았나"라고 묻자 문 검사는 "당시 몰랐지만 김앤장 변호인들의 특성상 대검을 방문할 것을 예상했다"고 답했다.
A 변호사는 12일 후인 같은 달 18일 문 검사를 방문해 다시 변론을 펼쳤다.
문 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A변호사가 대뜸 '부천지청 판단보다는 대검 공공수사부의 지휘를 받아야 할 상황이 아닌가'라고 물어봤다"며 "김앤장에서 대검 공공수사부에도 양념을 쳤거나 내 대답을 듣고 양념을 치겠구나라고 짐작했다"고 증언했다.
A변호사가 자신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사건은 아니죠?"라며 거듭 질문했다고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엄희준(왼쪽)·김동희 검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6.16 cityboy@yna.co.kr
이날 문 검사는 쿠팡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엄희준 검사(당시 부천지청장)가 격노해 폭언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그는 2024년 10월 11일 검찰이 쿠팡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된 당일 엄 검사가 간부회의에서 "혐의 유무를 제대로 검토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이냐"라고 지적하며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작년 3월 쿠팡 사건에 대한 무혐의 의견을 담은 1차 보고서가 대검에서 반려됐을 때도 엄 검사가 전화를 걸어 9분여간 폭언했다고 진술했다.
문 검사는 "엄 검사가 고함을 지르며 9분 내내 욕을 했다. 녹음할까 생각도 했다"며 "대검에 감찰을 지시하고 사건 재배당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엄 검사가 화를 낸 이유에 대해선 "무혐의 의견이 담긴 1차 보고서에 대해 내가 대검에 별도의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보고서가) 불승인됐고, 보완 지시가 내려왔다고 차장(김 검사)을 통해 전달받아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문 검사를 재차 소환해 신문할 방침이다.
엄 검사와 김 검사는 2025년 4월 인천지검 부천지청 지청장과 차장검사로 각각 근무하면서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주임 검사에게 '대검찰청 보고 진행 사실을 문 검사에게 알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한 혐의로 지난 2월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사건 추가 조사 또는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 검사의 의견이 묵살돼 정당한 수사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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