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조위, 尹정부 '참사'→'사고' 용어 바꾼 회의록 확보

"윤석열, 회의 당시 '유흥 즐기러 간 사람들 사고' 언급" 참고인 진술도

이태원참사에 대한 '용어변경' 논의 담긴 중대본 1차 회의록
[촬영 양수연]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 회의에서 '참사'와 '희생자' 등 용어 변경 문제가 논의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제63차 위원회와 언론브리핑을 열고 행정안전부 실지조사 결과 중대본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참사', '희생자'를 '사고', '사망자'로 변경할 것을 논의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 7∼8일 이틀간 벌인 조사에서 중대본 회의록 등 관련 자료 36건을 확보하고 행안부 공무원 등 회의 참석자들의 참고인 진술을 청취했다.

회의록에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가해자가 없는 이번 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희생자 등을 사고 사망자·사상자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사고 원인이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변경할 것을 건의한다"고 제안한 기록도 있다.

이 회의록은 공문서 형식으로 작성됐으나, 기안과 결재를 거치지 않았고 정식 공문서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고 특조위는 전했다.

회의록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회의 당시 참석자들에게 "유흥이나 축제를 즐기러 이태원에 갔던 사람들이 몰려서 난 사고인데, 참사 등 표현이 적절한가"라고 물었다는 참고인 진술도 확보했다.

아울러 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참사 대처 방안 등 기관 보고를 받았던 당시 중대본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의한 안건은 이런 용어 변경 건이 유일했다.

발언하는 송두환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8일 서울 중구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제63차 위원회에서 송두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7.28 cityboy@yna.co.kr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이날 "국가의 책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으니 용어 문제를 그냥 개인 또는 사회의 자연스러운 선택에 맡기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인위적으로 개입해 용어를 통일시키겠다는 발상 아니겠나"라며 "사고가 나자마자 대뜸 다른 것들을 제쳐놓고 '용어를 그대로 뒀다간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용어 변경 지시와 중앙부처·지자체로의 전파 경로, 기록에 남지 않은 대통령·국무총리 등 발언, 실제 회의와 회의록 기재 내용의 차이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행안부의 비공식 회의록이 확인됨에 따라 행안부가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자료 존재 사실에 대해 청문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가 있지 않은지 살필 예정이다.

앞서 특조위는 지난해 10월 행안부에 중대본 회의 현황과 회의록을 요구했으나 행안부는 회의 계획을 제외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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