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에 14조 IPO까지…중국 반도체 굴기 가속
AI 메모리 중심 재편…"CXMT와 주력 고객층 달라 영향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4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 소식까지 이어지며 경계감이 커지고 있지만 AI 메모리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바뀐 만큼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AFP 자료사진]
2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 D램 업체인 CXMT는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커촹반)에 상장해 579억2천만위안(약 12조5천억원)을 조달했다. 초과배정 옵션까지 포함하면 최대 666억1천만위안(약 14조4천억원)에 달한다.
CXMT는 확보한 자금을 생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와 D램 기술 고도화,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R&D)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설명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주요 경쟁사로 지목하면서도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매출 규모 등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보다 DDR5와 LPDDR5X 등 범용 D램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XMT의 D램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4.7%에서 7.6%로 뛰었다. AI 서버 투자 확대로 글로벌 업체들이 공급하지 못하는 범용 D램 물량을 흡수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가 액침식 DUV 노광장비 양산에 성공해 자국 반도체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첨단 EUV 노광장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CXMT의 IPO 흥행과 중국의 DUV 장비 개발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는 ASML과 BESI, 샌디스크, AMD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였고,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IPO의 의미를 확보한 자금 규모 자체보다 정부 지원에 더해 민간 자금 조달 능력까지 확보했다는 데서 찾는다. 중국은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을 통해 메모리와 장비 산업을 육성해왔으며, CXMT도 이를 기반으로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해왔다. 이번 상장으로 생산라인 확충과 차세대 D램 개발에 투입할 투자 여력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는 12일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6세대 제품 HBM4의 양산 출하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애초 삼성전자는 이번 설 연휴 직후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일정을 1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제품.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다만 AI 메모리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당장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LTA)을 늘리며 공급 전략도 전환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CXMT의 D램 생산능력이 현재 월 24만장 수준에서 향후 60만장까지 확대되더라도 증설 물량 대부분이 중국 AI 인프라와 내수 정보기술(IT) 기기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CXMT의 공격적인 캐파 증설 시도가 향후 수 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D램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고객층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오히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2027년 이후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중국 메모리 업체가 국내 업체를 따라잡기까지 3∼5년 정도 남았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 격차가 언제 좁혀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며 "또 중국 업체들의 정보 공개도 제한적이어서 성장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유지되는 한 글로벌 고객 확보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urn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