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병역거부자 329명 대상 해직 요구 공문…해고 안하면 고용주 처벌
"생존권 침해" 법 개정 요구 vs 병무청 "제재 없으면 병역 기피자 양산"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병무청의 병역거부자 해직 요구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진정서를 들고 있다. 2026.7.7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병무청의 '해고 요구' 공문으로 최근 9년간 병역거부자 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소 폐쇄 처분으로 병역거부자가 운영하는 치킨집까지 문을 닫았다.
26일 연합뉴스가 병무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은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병역 거부자 329명에 대한 해직을 요구했다.
이들의 고용주나 자영업자 영업장 소속 지자체에 '병역의무 불이행자 해직 통보' 공문을 보낸 것이다.
병역법 제76조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는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이면 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병역거부자가 공무원일 때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재직자, 자영업자일 경우에도 모두 해당하는 셈이다.
공문 발송 대상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 2020년 4명, 2021년 19명, 2022년 39명, 2023년 42명, 2024년 65명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해 101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었다.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고 2020년 대체역 편입제도가 도입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주도 공문을 받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 해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할 고용주는 사실상 없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해고요구를 거부해서 병무청이 고발한 사례는 1건뿐이고 나머지는 다 요구대로 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베평화재단의 평화활동가 '두부'로 활동하는 김민형 씨(오른쪽)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병무청의 병역거부자 해직 요구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두부 병역거부 후원회, 전쟁없는세상은 이날 서울지방병무청이 김 씨가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김 씨의 근무지인 한베평화재단에 해직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026.7.7 jieunlee@yna.co.kr
병무청은 병역법에 근거해 해직 요구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지만, 생존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법적 처벌과 별개로 생계 수단까지 무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한베평화재단의 김민형 활동가는 연합뉴스에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강도 높은 규제부터 받는 것이 억울하고 마치 연좌제처럼 느껴진다"며 "아무 일을 못 하게 되면 재판받는 동안 어떻게 일상생활을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영일인 지난 2월 23일 입대와 대체복무 모두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지난 4월과 6월 두차례 한베평화재단에 김 활동가에 대한 해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자체 인허가 제한으로 병역거부자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문닫은 사례도 있다.
2018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한 20대 남성이 영업소 폐쇄 처분 통지를 받은 것이다.
김민형 활동가의 변호를 맡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양심적 이유로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스스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사람의 취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제한 없는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는 두 차례 병역법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6년 "제한 대상 직업의 범위가 공직·사적 부문의 직업을 모두 포괄하고, 당사자의 생활 형편과 사회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심각한 생계 위협 및 사회적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이후에도 10년째 변화가 없는 가운데 인권위는 이달 초 김민형 활동가의 진정을 접수했다. 이번에는 관련 입법 논의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헌법 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뒤 중견 건설사에 입사한 A씨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지난해 1월 해고됐다. 그는 노모를 부양하고 있다고 한다.
A씨 헌법 소원 사건을 대리하는 김진우 변호사는 "해고 예고 수당이나 실업급여 등 국가가 마련한 지원조차 전혀 받지 못한 채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A씨가 현재 세차장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병무청은 완고한 입장이다.
지난 2017년 인권위에는 "재판 진행을 이유로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병역 기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권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불수용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취업 제한은 사법절차와는 다른 별개의 행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hyun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