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냐, 사전검열이냐…음악산업진흥법 등 개정안 논란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유감’ 표지. 반도음반 제공

청소년이 만든 혐오·범죄 미화 음원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출시 전 유통업자의 유해성 검사를 의무화하고, 정식 심의 전에도 행정기관이 유통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사후 심의의 공백을 줄여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문화예술계에선 30년 전 폐지된 음반 사전심의를 되살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음악산업진흥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음원 유통업자가 음원 공개 전 청소년 유해 여부를 자체 검사하도록 했다. 청소년보호법상 심의 기준을 적용해 유해하다고 판단한 음원의 제작자가 청소년이면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시정이나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성인이 제작한 음원까지 유통사의 자체 판단만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성인 제작자에게는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받을 수 있음을 고지만 하면 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미 퍼진 음원에 대한 긴급 제한 절차를 담고 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음원이 확산된다고 판단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유통 정지나 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방미통위는 정식 심의 전이라도 플랫폼에 해당 음원의 처리를 거부·정지·제한하도록 요청한 뒤 지체 없이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

법안은 사후 심의에 몇주에서 몇달까지 걸리는 사이 유해 음원이 별다른 제한 없이 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2025년 인천 지역 청소년들이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고 마약·살인 등을 조장하는 음원을 만들어 멜론, 지니,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등 주요 음원 플랫폼에 유통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법안 발의의 배경이 됐다.

음악산언집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회 누리집

문화예술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사실상 ‘사전검열 부활’이라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음원은 원칙적으로 공개 전 국가기관의 심의를 받지 않는다. 음원이 유통된 뒤 성평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모니터링과 신고·민원 등을 토대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여부를 심의·결정한다.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19세 미만 이용 불가’ 표시와 청소년 대상 판매·제공 제한 등이 뒤따른다. 사실상 ‘선유통 후심의’ 구조다.

과거엔 공연윤리위원회가 가사를 발매 전에 심사하고 통과하지 못한 음반의 제작·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정태춘은 꾸준히 철폐운동을 벌였고, 서태지는 심의에 걸린 ‘시대유감’ 가사를 고치는 대신 아예 들어내고 연주곡으로 발매하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결국 사전심의제는 1996년 폐지됐고, 같은 해 헌법재판소도 행정권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 음반 발표 전에 내용을 심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 ‘블랙리스트 이후’ 등 문화예술단체 7곳은 지난 13일 공동논평에서 두 법안을 “대중문화 사전검열 개정안”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14일 뮤지션유니온과 문화예술노동연대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유통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논쟁적 표현을 과도하게 걸러내 음악 생태계 전반에 자기검열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이번 개정안이 과거처럼 국가기관이 직접 심사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의무적 자체 검사와 심의 전 차단 요청을 결합해 검열 효과를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케이(K)팝 기획사 관계자도 “청소년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유통사에서 논란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정치적 풍자나 사회비판적 음악까지 걸러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유해성 판단을 받은 음원이라도 성인이 만들면 유통할 수 있고 청소년이 만들면 전면 금지하는 것은 청소년을 문화적 주체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보는 차별적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소년보호법이 정한 유해물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현 의원 쪽은 검열 법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제작자는 표현의 자유와 직접 맞닿아 있어 법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며 “음원을 유통하며 수익을 얻는 유통사는 혐오 표현 등 문제가 생겨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통 단계에서 최소한의 책임과 문턱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개정안에 사실상 검열로 작동할 수 있는 문제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법안을 막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추후 학교와 문화계, 시민사회가 유해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응할지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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