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토킹 범죄 대응, 가해-피해자 격리 대책 강화해야

지난 3월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정부가 13일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관계성 범죄가 잇따르자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누른 지 1분30초 만에 살해당한 남양주 사건과 같은 스토킹 피해를 막기엔 여전히 역부족으로 보인다.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부처 티에프(TF)는 이날 현행 최장 9개월인 스토킹처벌법 제9조 잠정조치(제1호 서면 경고~제4호 유치장·구치소 유치) 기간을 연장하고,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교제폭력 처벌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법무부와 경찰청의 정보 공유(7월6일 시행)와 피해자에게 가해자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제도(6월24일 시행) 등 남양주 사건 이후 변화된 정책도 함께 담겼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20개에 이르지만, 지난 5일 발생한 ‘성남 스토킹 살인 사건’ 같은 제2, 제3의 ‘남양주 사건’을 막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 남양주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 김훈을 폭행과 차량 위치추적 장치 설치로 고소했고, 스토킹 범죄로 신고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김훈에 대한 위치추적 장치 부착이나 유치장 유치 등 격리 조처를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다. 김훈은 경찰 출석을 미루며 불구속 상태에서 보복 살인을 계획했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누르는 등 죽는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 하고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살해당했다. 지난 5일 성남에서, 교제하던 50대 남성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60대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눌렀으나, 3분 만에 도착한 경찰은 참극을 막지 못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관계성 범죄’는 사전에 위험성을 포착하기 어렵고,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방을 위해선 가해자와 피해자 중 한쪽의 자유가 어느 정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가해자가 활보하게 놔둔 채,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쥐여주고 가해자의 위치를 확인해 피해 다니라고 하는 방식이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날 고위험 피해자 신변보호의 일환으로 민간 경호원 2명을 붙여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남 사건 가해자를 고위험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처럼, 현행 위험성 평가 자체가 미흡하다. 위험성 평가를 신속히 보완하고, 위험성이 감지되면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실질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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