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양주와 성남에서 발생한 잔혹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치유하기 힘든 충격과 깊은 슬픔을 남겼습니다. 피해자들은 국가를 믿고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고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며 마지막 순간까지 살려달라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가해자의 칼날은 공권력보다 신속했고, 국가는 끝내 그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대책은 기존 제도의 '시간적 한계'와 '법적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잠정조치 기간 연장: 스토킹처벌법상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조치 4호 등의 기간(현행 최장 9개월)을 더 연장하여 고위험 가해자의 사회 격리 기간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교제폭력 처벌법 제정 추진: 사실혼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을 별도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화를 추진합니다.
물리적 보호 체계 강화: 경찰과 법무부 간의 위치정보 공유를 실시간으로 강화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극심한 위험에 노출된 고위험 피해자에게는 국가가 민간 경호원을 붙여 밀착 마크하는 방안도 포함되었습니다.
대책은 화려해 보이지만, 현장의 현실은 차갑다 못해 참혹합니다. 남양주 사건의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음에도 격리되지 않은 가해자에게 변을 당했고, 성남 사건의 피해자는 긴급 호출을 눌렀으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범행이 끝났습니다. 이 실패들이 증명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지급된 방어 무기는 가해자의 범행 의지보다 느리고, 가해자를 가두지 않는 한 피해자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조심하고, 피해자가 민간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숨어 다녀야 하는 '피해자 방어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스마트워치나 위치 알림 서비스는 가해자가 '법을 두려워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안일한 전제하에서만 작동하는 기기입니다. 이미 이성을 잃고 보복 범행을 결심한 살인자 앞에서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는 아무런 물리적 방어력이 없는 플라스틱 기계에 불과합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은 단순한 연인 간의 애정 싸움이나 갈등이 아닙니다. 이는 한 인간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고 끝내 살인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형사상 최악의 '강력범죄' 예비 단계로 취급해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법 개정과 제도 집행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이 감지된 가해자를 선제적으로 묶어두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신고했는데도 막지 못했다"는 유가족의 피눈물 섞인 웅변은 우리 사법 체계의 직무유기를 꾸짖는 소리입니다. 이제는 피해자에게 "조심하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행정을 멈추어야 합니다. 국가의 공권력은 피해자의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데 쓰여야 진정한 '종합 대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