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서 2초에 한병씩 팔리는 초콜릿 잼 ‘누텔라’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프랑스에서 나왔다. 검출된 살충제는 사람의 성 호르몬을 교란하고 꿀벌을 폐사시킨다고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다. 제조사는 검출량이 인체에 영향 없는 소량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초콜릿 잼에 남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도를 규제하지 않지만, 음식을 통해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인다.
르몽드는 프랑스 비영리단체 ‘환경을 위한 행동’과 프랑스 전국양봉연합이 13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공동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두 단체는 프랑스에서 팔리는 누텔라 두 종류(일반 제품, 식물성 제품)와 유럽 각국 원산의 꿀 제품 10종을 대상으로 농약·살충제 성분을 검사했다. 꿀 중 세 종류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상품이었다.
검사 결과 식물성 누텔라에서는 7종의 살충제가 검출됐다. 아세타미프리드 등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의 농도가 ㎏ 당 849ng(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으로 가장 높았다. 일반 누텔라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등 6종의 살충제가 ㎏ 당 483ng 농도로 확인됐다. 누텔라는 빵, 크래커 등에 발라먹는 초콜릿 스프레드다. 달콤한 맛과 높은 열량으로 ‘악마의 잼’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검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디디티(DDT)처럼 곤충의 뇌를 공격하는 신경 독소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디디티 7000분의 1 만큼의 네오니코티노이드로도 꿀벌 행동을 교란하고, 면역을 붕괴시켜 죽일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생태계와 인체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세타미프리드·플루피라디푸론 등 이 계열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누텔라의 주재료인 헤이즐넛에 살충제가 묻어왔을 수 있다고 봤다. 누텔라에 들어가는 헤이즐넛 90%가 튀르키예 또는 이탈리아산인데, 이들 나라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을 허용한다. 식물성 제품에 우유 대신 들어가는 병아리콩·쌀도 살충제에 노출됐을 수 있다.

일부 꿀 제품에선 이보다 더 높은 농도의 살충제가 나왔다. 몰도바·불가리아산 꿀을 혼합한 ‘리더프라이스’ 브랜드 꽃꿀의 잔류 살충제 농도는 ㎏ 당 5370ng이었다. 이중 4980ng이 아세타미프리드였다.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스페인산 꿀을 섞은 ‘륀드미엘’ 과일향 꿀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가 ㎏ 당 4263ng 검출됐다. 검사 대상 12개 제품 중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나오지 않은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리더프라이스 모회사인 카지노그룹은 르몽드에 “리더프라이스가 판매하는 제품은 소비자 안전과 규정 준수를 위해 농약 잔류물 검사 등 정기적인 품질 관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누텔라를 소유한 이탈리아의 페레로그룹도 “어떤 물질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건강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모든 제품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조되며 식품안전에 관한 모든 규정을 완전히 준수한다”고 알렸다.
실제로 이번에 검출된 양은 프랑스 정부 허용치 이내다. 프랑스에서 꿀 제품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잔류 기준치는 ㎏ 당 1mg이다. 누텔라 같은 스프레드 제품에 대해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잔류 기준이 없다.
그러나 르몽드는 이번에 나온 살충제들이 건강에 미치는 해를 입증한 연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 신시내티대 연구진이 미국인 2000명을 검사해 2022년 ‘환경독성학’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혈중 네오니코티노이드 농도가 10배 증가하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8% 감소한다. 여성의 테스토스테론도 33% 줄어든다. 이는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프랑스 하원 과학기술평가국의 4월 보고서 초안 역시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각국 연구 4건이 아세타미프리드의 성호르몬 교란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식품을 통해 적은 양의 네오니코티노이드, 특히 아세타미프리드에 노출되는 것이 유의미한 호르몬 변화와 연관될 가능성이 (연구를 통해) 제기된다”고 썼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